10여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는 낯선 외국 음식이었던 일본식 청국장 낫토. 끈적한 식감과 발효 음식 특유의 향 때문에 식품업계에서는 국내에서 대중화되기 어려운 상품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하게 이 낫토 시장이 최근 2~3년 사이 식품업계의 ‘블루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2014년 100억원 규모였던 국내 낫토 시장이 3년 만에 300억원을 넘어섰다. 불모지 수준이었던 국내 낫토 시장에 2006년부터 뛰어든 풀무원(017810)이 90%가 넘는 점유율로 시장을 독식하자 대형 식품업체들도 뒤늦게 경쟁에 뛰어드는 추세다.
대상이 2016년 낫토 제품을 출시했고 CJ제일제당(097950)도 2017년 한식 발효를 전면에 내세운 낫토 제품을 내놓았다. 낫토 시장이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성장세가 가파른데다 일본 낫토 시장 규모가 2조원대임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중요한 점은 낫토가 인기를 끄는 배경으로, 풍부한 유산균과 프로바이오틱스가 꼽힌다. 풀무원 관계자는 “건강 관리에 관심이 높은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젊은 층들도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낫토를 찾는 경우가 급격히 늘어나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제과의 유산균 과자 브랜드 ‘요하이’. /사진제공=롯데제과
유산균 펫푸드 CJ제일제당 ‘오네이처 하루케어’ 2종. /사진제공=CJ제일제당
◇ 과자부터 막걸리까지 식품업계 ‘유산균 홀릭’=최근 낫토를 포함한 유익균을 전면에 내세운 식품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7월 현재 유산균이 들어간 식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대비 무려 171.3% 증가했다. 또 지난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전년 대비 70% 이상 신장하며 1,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식품업계에서는 경쟁적으로 유산균이 들어간 제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살아 있는 김치 유산균 2억마리를 함유한 과자로 이름을 알린 롯데제과의 ‘요하이’가 있다. 초콜릿과 비스킷, 웨이퍼 등 다양한 종류로 출시돼 어린 자녀의 건강을 생각하는 부모들은 물론 2030 여성 층에게 어필하고 있다. 국순당은 5월 유산균 발효 배양을 통해 개발한 프리미엄급 막걸리 ‘1000억 유산균 막걸리’를 내놨다. 이 제품에 들어 있는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은 김치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식물성 유산균이다. 유해균의 장 공격에 대한 방어 효과 및 염증 발생 억제, 원활한 배변 활동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동물 시장에서도 유산균은 ‘핫 아이템’이다. CJ제일제당은 최근 국내 최초로 사료 위에 유산균을 뿌려 먹는 신개념 토핑 펫푸드 ‘오네이처 하루케어’를 선보였다. 제품은 모두 2종으로 ‘피부 유산균’은 강아지의 피부 가려움 및 모질(毛質)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CJLP PET-1’균을 포함하고 있다. ‘장 유산균’은 강아지의 건강한 소화와 원활한 배변 활동에 도움을 주는 ‘CJLP PET-2’균을 활용했다. 두 균 모두 CJ제일제당의 식품 발효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에서 분리한 유산균이다.
풀무원이 지난 7월 충북 괴산군에 설립한 국내 최대 나또 공장에서 직원이 나또를 제조하고 있다. /사진제공=풀무원
◇불붙는 특허 전쟁, 속도 붙는 설비 투자=유산균 시장이 커지자 업계에서는 연구 확대와 설비 투자에 자금과 인력을 쏟아붓고 있다. 1976년 식품업계 최초의 기업 부설 연구소로 출범한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는 40년째 유산균 연구에 매진해온 대표적인 연구소로 꼽힌다. 중앙연구소는 최근 유산균을 중심으로 생명공학에서부터 신소재 부문까지 연구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유산균을 이용한 프로바이오틱스의 개발과 유전공학을 접목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아토피나 관절염, 면역, 대사성 질환 등에 좋은 유산균도 연구하고 있다. 그 연구의 결과물로 올해 출시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액상 발효유 ‘비타플러스’ ‘키즈플러스’ ‘뷰티플러스’에는 면역 특허 유산균 ‘HY7712’가 들어가 있다.
이에 더해 키즈플러스는 치아를 위한 특허 유산균 ‘HY9012’를 함유했고 뷰티플러스에는 피부건강 특허 유산균 ‘HY7714’를 최초로 상용화했다. 올해 4월에는 KIST와 업무협약을 맺고 미세먼지 독성에 대한 보호 효과가 있는 유산균 ‘HY2782’를 연내 발효유 전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기능성 프로바이오틱스 분야가 새롭게 열리고 있는 것이다.
CJ제일제당 역시 BYO 피부 유산균 ‘CJLP133’으로 식약처로부터 피부 면역 기능성을 국내 최초로 인정받았으며 미국식품의약국(FDA) 신규 식품원료(NDI) 등재, 국제 학술지 7편 등재, 10여개국 특허 획득 등 국제적으로도 안전성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유산균을 먹는 제품에 첨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공정 역할로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대상이 지난해 발견한 ‘감칠맛 내는 유산균’이 대표적이다. 대상과 연세대 식품생명공학연구실 윤성식 교수팀은 ‘전통식품에서 분리한 유산균을 이용한 글루탐산 발효’ 연구를 통해 감칠맛의 주성분인 글루탐산을 생산하는 유산균을 발견했다. 대상은 추가적인 연구를 통해 전통식품의 유산균을 활용한 기능성 식품 개발과 더불어 각종 음식에 적용해 식품 본연의 감칠맛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풀무원식품은 지난달 국내 최대 규모의 낫토 공장을 준공하며 낫토 시장의 강자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충청북도 괴산군 사리농공단지에 하루 최대 30만개의 낫토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신선나또공장’을 새롭게 설립한 것이다. 사업비 약 100억원을 들여 연 면적 3,838㎡(1,161평)에 지상 3층 건물로 지었다.
심재헌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은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블루오션 마켓이자 국가 산업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며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선도 기업으로서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우수한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을 활용한 제품을 계속 선보여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