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워치- 菌과의 공생] "미지의 균 70%…죽은 균도 쓸모 있답니다"

이재환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이사
이름·기능 알려진 균 4,000여종뿐
알려진 균의 새 기능 탐구도 숙제
죽은 균 '사균' 효용성 인정 받으면
가열음식 등에도 균 활용 가능해져

이재환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이사./사진제공=한국야쿠르트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균이 전체의 70%에 이릅니다. 여기에 살아 있는 균뿐 아니라 죽은 균인 ‘사균’도 효용 가치가 있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 연구 가능성은 더욱 무궁무진해지겠죠.”

이재환(사진)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 이사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산균을 포함한 균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유산균은 먹거나 바르는 균 가운데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균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유산균을 이용한 발효유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가운데 시장 점유율 1위다.

지난 1976년 경기도 기흥에 식품업계 최초로 설립된 중앙연구소는 그런 한국야쿠르트의 성장을 뒷받침해왔다. 중앙연구소에 소속된 연구원들은 세계 각지에서 유산균을 직접 채취해 확보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이름과 기능이 밝혀진 것만 4,000여종에 이른다. 중앙연구소는 이 ‘균주 라이브러리’뿐 아니라 170여건의 특허출원 및 등록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균 자체도 많을 뿐 아니라 이미 알려진 균이 가진 기능 또한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이미 시중에 나온 제품에 포함된 균의 새로운 기능이 발견되면서 해당 제품이 가진 기능을 추가해 설명하거나 다른 균이 더 좋다고 판단되면 제품 내의 균을 바꾸기도 한다”고 말했다. 발효유 히트작인 ‘윌’도 출시 이후 세 번이나 ‘균 업데이트’를 겪었다.

그는 유산균에 대한 세계적인 연구 트렌드는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인간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미생물과 공존하고 있으며 어떤 미생물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트렌드에 맞춰 중앙연구소의 연구 방향도 바뀌고 있었다. ‘면역력 향상’이라는 특정 기능을 갖고 있는 새로운 균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균에 또 다른 기능은 없는지를 밝히는 쪽으로 가고 있다.

이 같은 연구 트렌드 변화는 소비자들이 균에 대해 갖는 인식이 달라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1970년대 국내 1호 발효유 제품 ‘야쿠르트’가 출시되며 유산균이 처음 소개됐을 때만 하더라도 사람이 균을 먹는다는 게 의아한 일이었다”며 “하지만 요즘은 소비자들이 특정 기능을 기대하며 유산균을 먹는다. 그 기능은 단순한 장 건강을 넘어 면역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기업도 이에 따라 다양한 기능을 가진 유산균을 밝혀 다양한 제품으로 내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먹는 제품도 발효유 제품뿐 아니라 분말·젤리 등으로 다양하게 선보일 수 있으며 바르는 것을 넘어 주사에도 유산균이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능 또한 위·장·간 기능 강화를 넘어서서 면역력 강화(미세먼지 차단 등), 탈모 방지 등 보다 구체적이고 다양화될 수 있다”며 “사균의 효용성이 시장에서 인정받게 된다면 열을 가해 먹는 음식 등에도 충분히 균이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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