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브레넌 잡스/연합뉴스[트위터 제공]
세계 최대 기업 애플의 창업자이자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스티브 잡스의 혼외 딸 리사 브레넌-잡스(40)가 쓴 비망록이 4일 출간을 앞두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전했다.
그녀의 비망록 ‘스몰 프라이(Small Fry)’는 ‘하찮은 존재’ 정도로 번역된다. 친부의 인정을 받지 못한 채 성장했던 그녀의 어린 시절을 투영한 제목으로 보인다. 잡스가 23세 때 고교 시절부터 사귀었던 크리산 브레넌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은 뒤 DNA 친자 확인까지 거쳤음에도 그녀를 한동안 인정하지 않고 재정적 지원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잡스가 그 혼외 딸과 그녀의 어머니에게 했던 일들이 딸의 직접 고백을 통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몰 프라이에서 잡스는 때로 매우 비정하고, 부적절한 아빠로 묘사돼 있다. 리사가 어렸을 때 그녀의 어머니 크리산은 식당 청소 일 등을 하며 정부 보조금을 받고 어린 딸을 키웠다. 한 번은 크리산이 성공한 잡스에게 딸과 함께 살 수 있는 예쁜 집을 봐뒀으니 사 달라고 부탁했다. 잡스는 그 집을 본 뒤 “아름답다”고 말한 후, 그 집을 사서는 자신과 그의 아내 로렌 파웰과 함께 이사했다고 리사는 회고했다.
1991년 파웰과 결혼해 가정을 꾸린 뒤 잡스는 리사를 딸로 인정했다. 그러나 잡스는 딸 앞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해 그녀를 당혹스럽게 한다. “어느 날 잡스가 파웰과 키스하면서 그녀의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며 연극에서처럼 신음소리를 냈다. 내가 자리를 뜨려 하자 잡스는 ‘거기 있어. 우리는 가족들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야. 가족의 일원이 되려면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그가 신음하며 넘실대는 모습을 곁눈질로 지켜봤다.” 그녀는 비망록의 이 내용에 대해 NYT 인터뷰에서 “그런 아버지의 행동이 위협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단지 ‘생경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강조했다.
법원으로부터 친자 확인을 받고 10여 년이 흐른 뒤 잡스는 또다시 아버지임을 부정한다. 애플 웹사이트에 올린 최고경영자(CEO) 이력에 아이를 세 명이라고 기재한 것. 파웰과의 사이에서 난 아이만 기재한 것이다. 앞서 리사는 패션잡지 배니티 페어에 소개된 비망록 발췌문에서 “그에게 나는 정상을 향한 등정 과정에서 하나의 ‘오점’이었다. 그래서 우리의 이야기는 그가 원했을지도 모를 위대함과 미덕에 대한 서술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은 화해했고 잡스가 암 투병을 할 때 리사는 그 곁을 지켰다. 한 푼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던 잡스는 그녀 앞으로도 유산을 남겼다.
리사는 NYT 기자에게 “이 책이 내가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 가졌던 엄청난 기쁨과 그의 친근함을 완벽하게 표현하진 못했나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아버지는 오랜 시간 나를 딸로 받아들이길 거부했지만, 나는 그를 용서했다. 아니 오히려 그를 사랑한다. 그가 나에게 ‘넌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할 거야’라고 하는 장면만큼이나 아버지와 함께 롤러 스케이팅을 타고 함빡 웃던 장면들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NYT는 “비망록 출간이 다가오면서 리사는 이 책이 미묘한 한 가정의 초상이 아닌 유명한 한 남자의 모든 것을 폭로하는 것으로 독자들이 받아들이지나 않을지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이 책은 잡스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한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찾으려는 노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잡스의 미망인 파웰 잡스와 잡스의 여동생 모나 심슨은 성명을 통해 “리사는 우리 가족의 일원이다. 당시 우리의 기억과 극적으로 다른 그녀의 책을 읽는 것은 슬플 것”이라며 “우리가 아는 아버지 스티브는 리사를 사랑했고, 그녀가 어렸을 때 당연히 했어야 했던 아버지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했다”고 말했다.
이 비망록은 잡스의 인생이 끝을 향하고 있던 어느 날 병상의 잡스가 리사와 함께 있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잡스는 침대에서 ‘법과 질서(Law and Order)’를 시청하고 있었다. 그는 내게 ‘너 나에 대한 책을 쓸 거니?’하고 물었다. 나는 ‘노(No)’라고 답했고, 아빠는 ‘다행이다(Good)’ 하고는 다시 드라마로 시선을 옮겼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