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경제가 급부상하면서 자동차 업계에도 지각 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자동차는 한 번 구매 시 적어도 5년 이상 타는 대표적인 내구재인 만큼 그동안 신차냐 중고차냐를 가리지 않고 구매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아직은 여전히 차를 사는 사람의 비율이 높다. 하지만 장기간 빌려 타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렌터카 업체들은 개인 대상 마케팅을 확대하고 나섰다.
◇법인용 차 인식 벗는 렌터카=국내 최대 렌터카 업체인 롯데렌터카에 따르면 장기렌터카 서비스 ‘신차장 다이렉트’를 이용하는 고객 중 법인 고객 비중은 2014년 78.3%에서 올해 7월 62%까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 고객 비중은 21.7%에서 38%로 급증했다. 그동안 ‘50대의 대기업 임원이 타는 차’로 통했던 장기 렌터카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신차장 다이렉트의 순수 온라인 고객 분포를 보면 30~40대가 70%에 달한다. 20대 역시 18%로 50대 이상(13%)보다 많다. 업계 관계자는 “목돈을 들여 차를 구매하기보다는 일정 비용을 내고 빌려 타려는 젊은 고객들의 수요가 장기 렌터카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면서 “수년 전만 하더라도 ‘허’나 ‘하’가 들어가는 번호판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지만 요즘은 겉모습 보다는 실속을 더 챙기자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오토리스 보다 장기 렌트=선수금을 내고, 매달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계약 만기 시점에 차량 인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데 있어서 장기 렌터카와 오토리스는 유사하다. 그러나 개념적으로 장기 렌트는 렌터카 회사가 고객에게 차를 대여하는 반면, 리스는 고객에게 차를 살 돈을 빌려준다는 차이가 있다. 이 같은 차이에 따라 장·단점도 확연히 구분된다. 나이와 운전 경력, 사고 경력은 물론 차량에 따라 어떤 조건을 선택하는지, 금융사는 어딘지에 따라 제각각 달라 일괄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가격 측면만 놓고 보면 장기 렌트보다 리스가 조금 더 저렴한 게 일반적이다. 다만, 세부적인 부분을 뜯어보면 장기렌트의 이점이 더 많다. 특히 연령이 낮거나, 사고 경력이 많은 경우 실속을 더 챙길 수 있다. 이유는 각종 부가적인 비용 때문이다. 장기렌터카를 계약하면 취등록세와 자동차세는 물론 각종 보험료도 일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물론 이 같은 비용은 매월 납부하는 렌트 비용에 포함되어 있지만 개인에게 더 유리한 경우가 많다. 통상적으로 개인의 보험 경력에 따라 보험요율이 결정되고 본인이 보험금을 납부해야 하는 리스와 달리 장기렌터카는 업체의 보험요율이 책정되기 때문이다. 사고 이력이 있어 보험료 부담이 클 경우 렌트 비용에 포함되는 보험료가 리스 시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보다 저렴하다. 계약 당시 설정한 면책금만 내면 사고 발생 시 접수부터 처리까지 렌터카 회사가 모두 처리해 주는 점도 장점이다. 개인의 보험 할증도 없다.
반납형 상품만 놓고 볼 때도 주행거리가 길수록 장기렌트가 유리하다. 리스의 경우 차량의 잔존가치 보존을 위해 주행거리 제한이 있다. 통상적으로 연 1만㎞ 단위로 주행거리를 제한한다. 반면, 장기렌터카의 경우 이 같은 주행거리 제한 자체가 없다. 매일 장거리 출퇴근을 하거나 업무 시간에도 이동 거리가 많으면 장기렌트를 선택하는 게 합리적이다.
유지비용이 저렴한 LPG차량을 내 차로 만들 수 있는 점도 장기렌트의 장점이다. 주요 렌터카 업체들은 5년 이용 후 LPG 차량을 인수할 수 있는 상품을 내 놓고 있다.
◇장기렌트 열풍, 자동차 온라인 거래로 확산=렌터카 업체들의 경쟁력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온라인 거래다. SK렌터카는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한 ‘SK장기렌터카 다이렉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SK C&C의 AI시스템인 에이브릴을 적용한 ‘AI 차량 추천 기능’은 고객 맞춤형 차량 리스트를 뽑아 준다. 롯데렌터카 신차장 다이렉트를 이용하면 견적뿐 아니라 심사와 계약까지 모든 과정을 온라인으로 체결할 수 있다. 이미 영업사원과 상담을 하고, 견적을 낸 고객들도 나머지 계약 과정은 온라인에서 진행할 수 있다.
이처럼 온라인에 특화한 장기렌터카의 돌풍에 힘입어 오프라인 판매망이 견고한 완성차 업계에도 온라인 채널이 등장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가 최근 도입한 ‘e-쇼룸’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청약금 결제만 온라인으로 하고 실제 계약은 오프라인이지만 향후 구매의 모든 과정이 온라인으로 처리될 예상이다. 이미 테슬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전 차종의 예약 판매를 진행하고 있고, 포드는 중국의 전자 상거래업체 알리바바와 손잡고 온라인 용 ‘자동차 자판기’를 선보였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