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 청담동 명품거리 가보니]루이비통 몸집 키우고 돌체앤가바나는 철수...명품도 양극화

루이비통 내년 하반기 오픈 목표로
플래그십스토어 리모델링 한창
안티고나백으로 잘나갔던 지방시
청담동 둥지 접고 백화점에 올인
젊은층 중심 명품 세대교체 뚜렷
샤넬·구찌 전년比 최대 30% 신장
백화점 매출서도 청담동 현상 보여


#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명품거리에는 루이비통 플래그십스토어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다.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1,809㎡ 규모다. 리모델링이지만 신축 비용을 훨씬 웃돌 정도로 고급 자재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오픈 시기는 내년 하반기이다. 루이비통은 청담동 플래그십스토어 오픈을 계기로 한국에서의 위상을 더욱 굳힌다는 전략이다. 반면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로 손꼽힌 돌체앤가바나는 지난 주말 청담동에서 짐을 쌌다. ‘안티고나백’으로 한 때 잘나가던 지방시도 최근 청담 명품거리에서 둥지를 접고 직진출을 결정, 백화점 사업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경기 불황이 지속 되면서 청담동 명품 거리 역시 ‘브랜드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뚜렷해 지고 있다. 내수침체 장기화에다 젊은 세대들을 중심으로 명품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면서 극과 극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서울경제신문이 청담동 대로변 현황을 조사한 결과 샤넬, 루이비통 등 잘 나가는 명품 브랜드는 매장을 리뉴얼하거나 신축하며 입지를 공고히 하는 반면 불황에 견디지 못한 명품은 속속 철수하거나 몸집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 청담동 떠나는 명품 브랜드 = 청담동 명품거리에는 ‘임대’라고 써 붙인 건물을 흔히 볼 수 있다. 심지어 연달아 세 건물에 ‘전체 임대’ 표시가 내걸린 경우도 발견됐다. 청담동에서 브랜드들이 철수하고 있어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수입·전개하는 ‘돌체 앤 가바나’는 매장을 철수한다. 1997년 한국에 들어온 돌체 앤 가바나는 해외에서는 셀렙들의 ‘잇 드레스’로 유명하지만 상대적으로 한국 시장에서는 통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돌체 앤 가바나 본사 측과 수입 중단 여부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아베크롬비를 비롯해 캘빈클라인, 제롬드레이퓌스, 보기밀라노, 브룩스브라더스, 끌로에, DKNY, 에스까다 등이 청담동을 떠났다. 청담동 노른자 땅에 둥지를 텄던 지방시도 최근 직진출을 결정, 플래그십스토어 전략을 접고 백화점 유통에만 올인하기로 했다. 브룩스브라더스와 끌로에 역시 청담동 로드숍을 버리는 대신 백화점 및 프리미엄 아웃렛 유통에 전념하기로 했다.

◇ 세력 확장하는 명품 브랜드 = 반면 잘 나가는 빅브랜드는 높은 임대료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샤넬의 첫 플래그십스토어 공사는 현재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지상 6층, 연면적 3,250㎡ 규모다. 샤넬 플래그십스토어는 2년 반 만에 공사를 마치고 이르면 연내 오픈을 앞두고 있다. 루이비통도 플래그십스토어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청담동 명품 거리는 막대한 비용에도 불구하고 브랜드가 이미지를 위해 유지하는 상징적인 곳으로 통했다. 매장을 유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럭셔리 이미지와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리맥스코리아에 따르면 명품거리 대로변 매장의 월 임대료는 3.3㎡(1평) 당 20만~25만 원에 달하며 지방시가 쓰던 빌딩의 경우 보증금 25억 원에 월 8,800만 원 수준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1층 전용면적 50평 기준으로 월세가 1,500만 원 수준”이라며 “본사가 지원해 주지 않는 이상 웬만한 곳은 손해 보는 장사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백화점 명품 매출도 양극화 = 청담동 명품거리에서 나타난 양극화 현상은 실제 백화점 매출에서도 나타난다. 올 상반기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을 분석해 보면 샤넬과 구찌가 전년 대비 최대 30% 가까이 증가했고 루이비통과 셀린, 몽클레르, 생로랑 등도 백화점 별로 한 자릿수의 성장세를 보였다. 반면 지방시는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처음으로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2012년 국내 진출 이후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지방시가 쓰던 플래그십스토어 빌딩을 생로랑이 접수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상반기에 명품이 괄목할 만한 실적을 보였지만 성적표를 들여다 보면 역시 소수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매출을 견인한 것일 뿐 명품 세계도 적자생존이 분명하다”고 말했다./심희정·허세민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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