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J 갓건배 저격사건' 분석 논문 등장 "다양한 연대로 여성혐오 대응해야"

인터넷 방송 bj 갓건배 이미지, 이를 비판한 남성 BJ / 사진=연합뉴스

2017년 인터넷상에서 떠들썩했던 일명 ‘갓건배 저격사건’을 분석한 논문이 등장했다.

고려대 언론학과 황혜연씨는 석사논문에서 ‘갓건배 저격사건’을 분석하며 “여성들이 여성혐오에 대항하기 위해 적극적인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면서 남성 중심적 젠더 담론에 전복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갓건배 저격사건’은 2017년 8월 10일 남성 BJ들이 한 여성 BJ를 죽이겠다며 집으로 찾아가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공개하면서 벌어졌다. 시청자의 신고로 이들은 방송 도중 제지당했고, 경찰은 ‘불안감 조성행위’로 이들에게 범칙금 5만원을 부과했다.

‘갓건배’라는 ID를 사용하는 여성 BJ는 각종 온라인게임 인터넷방송을 진행하며 남성에 대한 혐오 발언을 지속적으로 해 논란을 빚어왔다. 과격한 행위를 주요 콘텐츠로 활동하던 남성 BJ들이 그를 비난하는 방송을 하면서 이들의 갈등은 인터넷방송 업계에서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이 중 가장 극단적인 표현이 ‘살해’ 협박이었다.

이들의 싸움은 후원금 모금으로까지 이어졌다. 여성 시청자들은 갓건배에게, 남성 시청자들은 남성 BJ들에게 후원금을 보냈다. 갓건배의 후원금이 다른 남성 BJ들보다 높자 이를 자축하는 글이 여성중심 커뮤니티에 등장하기도 했다.


고려대 대학원 언론학과 황혜연씨는 최근 석사학위 논문으로 제출한 ‘여성혐오에 결집하는 온라인 연대 : 유튜버 ’갓건배 저격사건‘을 둘러싼 갈등과 연대에 대한 젠더 정치학적 의미 고찰’을 통해 여성들이 혐오를 게임화하면서 적극적인 반격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논문에 따르면 “갓건배를 내세운 여성들은 남성혐오를 통해 ‘여성혐오를 혐오’하고자 했다”며 “갓건배는 그들을 대표하는 캐릭터 또는 아바타였고, 여성 시청자들은 온라인 게임에서 공격력을 높이기 위해 아이템을 구매하듯 갓건배에게 후원금을 보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혐오를 게임으로 만들면 게임에 상대방인 남성을 참전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승패를 가를 수 있다”며 “승패를 따지려면 점수 내기나 상대의 항복이 있어야 하는데 여성들은 이 게임에서 후원금을 곧 공격력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갓건배의 행위에는 페미니즘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여성들이 여성혐오에 대항하기 위해 적극적인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면서 남성 중심적 젠더 담론에 전복을 시도했다”고 긍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다만 “사회적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논의가 혐오와 갈등에만 치우쳐 있어서는 안 된다”며 “혐오에 혐오로 대응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듯 급진적 진영뿐만 아니라 다양한 여성 주체들이 연대해 여성혐오에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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