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이머징마켓 포트폴리오]쌀 정찰제로 '고급브랜드 전략' 주가 3배 껑충

① '印尼 국민기업으로 성정하는 BPTS
물가안정 우선 정부정책이 호재
코드명 HOKI가 기업 애칭으로
품질관리로 소비자 신뢰도 쑥쑥
쌀겨 활용 파워플랜트도 건설중



<이 기사는 시그널 8월26일 오후12시4분에 게재됐습니다>

#자카르타 중심부에서 차로 두 시간 정도를 달리면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쌀 시장 ‘파자랑드 찌삐랑’을 만난다. 소규모 업체부터 쌀 유통 상장사까지 수백개 업체들이 10평 남짓의 사무실을 내고 그날 쌀 가격과 동향을 지켜본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의 인구 대국으로 쌀 가격은 물가안정의 으뜸 지표이다. 쌀 가격 안정은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의 가장 큰 변수이기도 하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물가안정을 방해하는 쌀 유통 카르텔과 전쟁을 벌였다. 정부의 고민은 쌀 거래대금과 소비자가격과의 큰 괴리였다. 복잡한 유통과정에 생산자는 저소득, 소비자들은 고비용이란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꺼낸 카드는 쌀 가격 정찰제.지난 4월 정부는 쌀을 미디엄, 프리미엄 두 등급으로 나누고 같은 등급의 쌀 가격을 통일했다.

쌀 카르텔을 잡으려는 조코위 대통령의 정책에 맞춰 날개를 단 기업이 화제다. 2003년에 설립된 인도네시아 쌀 생산·유통업체인 부융 포에트라 셈바다(Buyung Poetra Sembada Tbk PT·코드명 HOKI). 이 회사는 정찰제 시행 후 9개월 만에 주가는 3배나 뛰었다. 지난 23일(현재시간) BPST는 930루피아로 사상 최고점에서 거래되고 있다. 코드명인 HOKI는 귀여운 발음 덕에 이 기업의 애칭이기도 하다. BPST는 인도네시아 전체 쌀 공급의 35%를 차지한다. 수카토 부정 BPST 대표와의 인터뷰도 쌀 유통시장인 찌삐랑 시장에서 이뤄졌다.


수카토 부정 BPST 대표가 자카르트의 한 마트에서 HOKI쌀을 소개하고 있다.

BPST는 정부 정책과 궁합을 맞췄다. 정부의 ‘정찰제’ 도입에 맞춰 BPST는 맞춰 좋은 품질의 제품을 프리미엄 등급으로 내놓으며 수요가 폭발했다. BPST의 브랜드 전략도 적절했다. 개량화 되지 않은 인도네시아 쌀 시장에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처음 도입해 쌀을 ‘상품’으로 만들었다. BPST의 쌀은 ‘topikoki’란 제품명으로 5kg씩 개별 포장 해 인도네시아 내 쇼핑몰과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 공급된다. 포장에는 회사 정보, 애프터서비스 가능 연락처, 생산지 등이 표시된다. 우리나라에선 당연한 정보공개지만 인도네시아 소비자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직 대부분 인도네시아 쌀은 가정에서 생산해 별도의 포장이나 유통 단계 없이 판매된다.

BPST는 프리미엄 등급 쌀만 판매한다. 인도네시아에서 프리미엄 라벨을 달기 위해서는 깨진쌀(파미) 15% 이하, 정해진 수분도, 돌 등 불순물이 있어선 안 되는 등 엄격한 기준을 엄수해야 한다.

수카토 부정 대표는 “인도네시아 시장은 휴지=크리넥스가 공식화되는 브래드 로얄티가 강한 시장”이라며 “BPST는 고급화 이미지를 위해 ‘미디엄’ 제품은 판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PST는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높였다. 수카토 부정 대표는 “수요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현재 품질력을 유지하면서 생산할 수 있는 양이 120%이기 때문에 이 정도만 생산하고 있다”며 “현재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경작지를 확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수방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량이 시간당 35톤인데, 20만톤을 더 지을 수 있는 공장 증설 중이고 내년에는 남수마트라에 시간 당 40만톤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까지 공장증설이 마무리되면 현재 생산량의 3배 가까이가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정책 호재는 곧 실적으로 반영됐다. BPST는 올해 1·4분기 7,006억 루피아(약 535억원)로 지난해 전체 매출(1조2,092억 루피아)의 40% 가량을 한 분기에 이뤄냈다. 1·4분기 영업이익은 677억 루피아로 지난해 전체 729억 루피아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주가 역시 지난해 9월 280 IDR에서 올해 6월 905IDR을 넘어서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8월11일에는 인도네시아 대형마트 중 하나인 알파마트가 HOKI 쌀을 공급받겠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주가가 11% 상승하기도 했다. 마트는 인도네시아 쌀 시장에서 단가가 높다. 지난해 1·4분기 마트와 전통시장 비중이 각각 32%, 60%였다면 올 1·4분기에는 마트 45%, 전통시장 45%로 바뀌었다.

BPST의 쌀 도정공장에 출하를 대기중인 상품이 쌓여있다./사진=김보리기자

BPST는 현재 쌀겨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파워플랜트 공장을 건설 중이다. 동남아시아에선 최근 쌀겨를 태우는 것이 환경문제로 불거지고 있는데, BPST는 이를 자원으로 이용하는 친환경 공장을 건설 중이다. 필리핀 등 일부 동남아지역에선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파워플랜트 공장을 짓는 경우가 속속 나오고 있지만, 인도네시아에선 BPST가 처음이다. 수카토 부정 대표는 “쌀 생산 후에 남은 쌀겨는 폐기물로 이를 업체들이 태워서 해결함으로써 환경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면서 “BPST는 이를 파워플랜트 공장을 지어 1년에 3메가와트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 생산된 전기를 통해 공장을 돌려 공장운영비를 낮추겠다는 복안이기도 하다.
/글·사진(자카르타)=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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