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팔 잡는다더니…바실련, 피해자 상대로 20억 원 사기

'조희팔 40인의 검거단'으로 유명세 알린 뒤
피해회복 미끼로 회원들 기부금 받아챙겨
개인 용돈·노래방비 등으로 수억원 탕진

유사수신 사기범 조희팔씨를 추적한다며 검거단을 꾸린 후 그 유명세를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돈을 뜯은 시민단체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일명 ‘조희팔 사건’ 피해회복을 빌미로 지난 2008년부터 5,000여 명에게서 20억 원을 뜯어낸 바른가정경제실천연합(바실련) 대표 김상전 씨를 검거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은 조만간 김씨를 검찰에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김씨는 ‘조희팔 유사수신 사기사건’이 발생한 지난 2008년 ‘40인의 검거단’을 꾸려 조씨 추적에 나서면서 유명세를 탔다. 이들은 조씨가 중국에서 사망했다는 경찰 발표를 믿지 않고 서울·부산 등 각지를 돌아다니며 조씨의 범죄 흔적을 찾아 나섰고, 실제로 은닉 재산을 개인적으로 팔아치운 6명을 대구지검에 넘기는 성과도 올렸다.


그러나 김씨는 조희팔사건·해피소닉글로벌 사건 등 유사수신사기 피해자가 1만 3,000명까지 불어나자 이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이기 시작했다. 김씨는 이들 회원에게 “조희팔 은닉자금 700억을 찾아 놓았다”며 피해보상이 가능한 것처럼 홍보했다. 회원 5,000여 명은 “피해회복 민사소송 명단에 들어가려면 바실련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기부금도 부지런히 납부해야 한다”는 김씨의 말에 속아 최소 1,000원에서 최대 500만 원까지 총 20억 원의 기부금을 낸 것으로 조사됐다. 기부금 명목은 사무실 운영비·활동비·연수원 건립비 등이었다.

심지어 김씨는 카페 댓글 활동내역과 기부금 액수로 회원들을 가·나·다 등급으로 나눠 피해자들 간 기부금 납부 경쟁을 부추기기도 했다. 김씨는 “모든 피해자를 구제해 줄 수는 없으니 열심히 활동해야 한다. 조희팔 사건 피해자들도 3분의 1은 탈락한다”며 피해자들을 압박하고 비판적 댓글을 삭제했다. 김씨의 철저한 관리 탓에 피해자들 상당수는 김씨가 경찰 조사를 받는 중에도 피해금을 되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경찰 수사결과 김씨는 민사소송을 준비한 사실조차 없었으며 피해회복을 위해 활동한 내역도 없었다. 경찰은 김씨가 주장한 ‘은닉자금 700억 원’, ‘경북 성주 연수원 건립’도 모두 꾸며낸 말이라고 판단했다. 김씨는 노래방·병원·마트에서 9,000여만원을 결제하고 4억 8,000만 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개인 소비 용도로 사용했으며 나머지 15억도 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모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피해금액을 언제라도 찾아줄 수 있다”며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사수신 피해자들의 절박한 심정을 악용해 이들을 두 번 울린 범죄”라며 “피해금을 찾아 주겠다는 말로 돈을 요구하는 경우 사기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을 명심하고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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