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드라마 ‘미스함무라비’에서 임바른(김명수 분) 서울중앙지법 판사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부정청탁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있다. /사진제공=JTBC
“이분이 누구 신지 알고 이러는 겁니까, 의원님이세요.”
사무실 바깥에서 고성이 들리자 임바른(김명수 분) 서울중앙지법 민사44부 판사는 법원 직원에게 전화해 손님을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
소란의 주인공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의 초선 국회의원. 그는 지인의 재판을 잘 봐달라고 임 판사에게 청탁한다. 임 판사가 이를 거절하자 “나한테 이렇게 하고 어디 그 잘난 판사 오래 할 수 있을지 보자”며 경고한다.
JTBC 법정드라마 ‘미스함무라비’ 1화 속 장면이다. 드라마 중반부에서 해당 의원은 법사위 회의 때 문제 있는 판사를 솎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과연 국회의원이 현직 판사의 법복을 벗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보자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아직 전례는 없다.
판사는 탄핵 또는 금고 이상 형의 선고에 의해 파면될 수 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뿐만 아니라 판사 등 법으로 정한 공무원에 대한 탄핵소추도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판사의 비리 행위에 대한 조치로 탄핵제도를 둔 것이다.
판사 탄핵소추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된다. 재적의원 과반수가 발의해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의결되는 대통령 탄핵소추와는 차이가 있다. 다만 의결 후에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심판과 동일하게 심리를 거친 뒤 최종결정한다. 드라마 속 의원의 협박이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닌 셈이다.
최근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관련 판사를 상대로 탄핵소추 하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상황이다. 잇따른 압수수색 영장기각 등 법원의 소극적 협조로 인해 수사가 더딘 만큼, 국회가 나서 국정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정조사를 통해 문건 작성 관여자의 문제가 드러나면 탄핵소추가 가능하다.
국회가 개원한 후 지금까지 탄핵소추 발의는 두 차례 있었다. 하지만 탄핵이 이뤄진 사례는 없다. 지난 1985년 유태흥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가 발의됐지만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돼 탄핵심판 절차가 진행되지 못했다. 2009년에도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발의됐지만 국회 회기 종료 때까지 처리되지 못하면서 자동 폐기됐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