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2막에 돌입한 ‘시간’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이번에도 김정현이다. 빠른 전개가 필요한 시점에 ‘시간’은 주연 배우 하차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남자주인공이 사라진 앞으로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갈까.
MBC 수목드라마 ‘시간’에서 주인공 천수호 역으로 출연 중이던 김정현이 27일 돌연 건강상의 이유로 하차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소속사 오앤엔터테인먼트 측은 “그동안 작품에 누가 되고 싶지 않다는 김정현의 의지로 치료를 병행하며 촬영에 임해왔다”며 “최근 심적, 체력적인 휴식이 필요하다는 담당의의 진단에 따라 논의 끝에 결국 하차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정현의 ‘건강상 문제’는 섭식장애와 수면장애로 전해졌다. 촬영 기간 동안 정신적 문제뿐 아니라 구토 등의 증세로 힘들어했고 결국 “더는 못 견디겠다”며 하차 의사를 밝혔다는 것. 소속사는 이외에 구체적인 병명과 증상이 악화 된 시기 등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제작사는 분량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김정현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결국 하차를 결정했다. 드라마는 김정현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극에서 퇴장할 수 있도록 대본을 수정할 계획이다.
현재 ‘시간’은 32회 중 16회까지 방송을 마친 상태로, 대본은 24회까지 나왔다. 김정현이 몇 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하차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제작사 측은 “대본은 수정 중이고. 김정현의 하차 시기도 논의 중이다. 하차 일정이 정해질 때까지는 예정대로 촬영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서경스타 DB
극중 김정현이 연기한 천수호는 시한부 판정을 받아 6개월밖에 살지 못하는 인물로, 그의 죽음은 이미 예견된 결말이기도 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김정현의 하차로 천수호가 예정된 시기보다 일찍 죽음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그의 죽음이 극의 흐름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질지, 남자주인공이 사라진 후 남은 이야기가 어떤 방식으로 그려질지다.
천수호는 그동안 설지현(서현)을 도와 설지은(윤지원)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천수호와 설지현은 가족을 잃은 슬픔을 공유하며 가까워졌고 ‘시간’은 발전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주축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 때문에 천수호의 죽음 후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거나, 혹은 설지현이 홀로 극을 이끌어 갈 경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그대로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시간’은 천수호, 설지현, 신민석(김준한), 은채아(황승언) 등 같은 시간과 상황 속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하는 네 인물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다뤄 호평받았다. 진실을 감추고 파헤치며 얽힌 이들의 밀도 있는 감정이 작품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였다. 그중에서도 자신이 설지은을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 그럼에도 설지현의 곁을 지키고 싶어 하는 애틋함 사이에서 갈등하는 천수호의 감정은 꽤나 중요했다. 그의 부재는 팽팽하게 이어오던 인물들의 감정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듯 하다.
작품에 임하며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김정현의 책임감에도 잘못이 있지만, 건강상의 문제였던 만큼 그의 하차는 불가피했다. 이제 남은 문제는 오롯이 ‘시간’에 남은 제작진과 배우들이 떠안게 됐다. 워낙 큰 비중의 인물이 사라지는 만큼 빈자리를 채우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방송 시작 전부터 김정현의 태도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시간’은 마지막까지 큰 숙제를 떠안게 됐다.
/김다운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