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뉴 프런티어 <6>지평 엘더로실무연구회]"고령사회, 상속·가사 자문 우리가 최고"

'졸혼' 따른 사전 재산분할 이슈
신탁 통한 재산승계·성년후견 등
노년층 위한 법률문제 폭넓게 연구

법무법인 지평 엘더로실무연구회 회원인 사봉관(왼쪽부터) 변호사, 최승수 변호사, 이공현 대표변호사, 마상미 변호사, 구상수 회계사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늘어날 법률 문제를 두루 살피며 실무 능력을 기르고 있다./송은석기자

지난해 7월과 10월 법무법인 지평의 사봉관·최승수 변호사와 구상수 공인회계사는 일본 도쿄와 오사카를 찾아 재일 동포들을 만났다. 그들의 상속·증여와 국적, 호적 문제를 어떻게 풀면 좋을지 세미나를 진행하고 상담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 다른 상속세법 체계를 갖고 있어서 어느 나라를 상속개시지로 정하는 게 유리할지 본인의 사정을 따져봐야 한다. 특히 재일 동포 가운데 국적이 한국이나 일본이 아닌 ‘조선적(1945년 일본 패전 후 한국·일본 국적을 취득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 터라 케이스별로 접근법이 달라야 한다. 최 변호사는 “어느 국적이냐에 따라 가사·상속을 규율하는 법이 달라진다”며 “각 나라의 관련 법을 포괄하는 지식을 바탕으로 컨설팅했다”고 전했다.

국경을 오가며 가사·상속 문제를 유려하게 다루는 이들은 지난해 1월 출범한 지평의 ‘엘더로(Elder Law)실무연구회’ 회원들이다. 연구회는 고령화 시대에 떠오를 법률문제를 미리 연구해두자는 취지에서 발족했다. 회장을 맡은 사 변호사는 “고령화 시대에는 생애주기에 따른 다양한 법률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이론과 사례를 두루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월 1회 열리는 세미나에서는 미국의 엘더로 실무 현황부터 신탁을 통한 재산승계, 성년후견제도 등을 다루며 꾸준히 이해의 폭을 넓혀왔다.


연구회는 재일 동포처럼 여러 나라에 걸친 가사·상속 문제를 겪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내다본다. 법률 문제는 해외에 나가 사는 한국인뿐 아니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해당된다. 예컨대 외국에서 살다가도 나이가 들면서 자주 아프니 의료보험 혜택이 발달한 한국이나 싱가포르로 옮기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거주지 이동에 따른 재산 정리 등도 전문적인 자문 대상이다. 연구회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이공현 대표변호사는 “우리나라 동포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에 나가 있다”며 “장래 남북통일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면 우리나라에선 복잡한 국제 분쟁 가능성이 있는 가사·상속 문제가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국제 가사·상속 자문은 국내 로펌 중 가장 넓은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지평이 잘할 수 밖에 없는 영역”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7년 해외에 진출한 지평은 현재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미얀마·러시아·이란 등 8개국에 9개 지사를 두고 있다. 구 회계사는 “본사의 상속·가사·가업승계팀과 각 지사에 있는 현지 변호사들이 유기적으로 자문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연구회는 유언을 대체하는 계약인 유언대용신탁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다. 유언대용신탁은 계약자가 생전에 재산 관리에 대한 수익을 받다가 사망 시 자녀 등 타인에게 수익권 또는 재산을 이전하는 금융상품이다. 지금은 유언대용신탁으로 상속해도 세제 혜택이 없어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고령화가 진행되면 세제 혜택을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될 것이란 예측이 많다. 또한 의사 능력이 저하된 노년층의 재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대상으로 한 자식들 간의 분쟁을 해결하는 성년후견 분야도 수요가 점진적으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가족·가구 형태가 늘어남에 따른 법률 수요도 연구 대상이다. 직계가 없는 1인 가구의 상속이나 혼인관계를 유지하되 서로 독립하는 ‘졸혼’의 재산분할 같은 이슈가 앞으로 더 부각될 것으로 전망해서다. 연구회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정하지 않는 사전 재산분할 계약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마상미 지평 변호사는 “만약 부부재산계약이 입법되면 재혼할 때 가장 문제 되는 자녀들 반대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법무법인 지평 엘더로실무연구회의 구상수(왼쪽부터) 회계사, 마상미 변호사, 최승수 변호사, 이공현 대표변호사, 사봉관 변호사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늘어날 각종 법률 문제를 두루 살피며 실무 능력을 기르고 있다. /송은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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