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끊길라…다급한 中 '5년 성과' 띄우기

말레이시아·미얀마·케냐 등
"빚더미 떠안긴다" 줄이탈에
"좌초 땐 시진핑 리더십도 타격"
인민일보·관영매체 등 활용
특집보도 내며 내부 홍보 강화


다음달 7일 5주년을 맞는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가 세계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자 중국 지도부가 내부 홍보전을 강화하며 불똥 끄기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7일 1면 머리기사로 일대일로 5주년 기념 뉴스를 싣고 “일대일로가 전 세계 경제와 사회 발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면서 “중국이 아이디어를 낸 일대일로의 성과를 전 세계가 공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모든 대륙과 해양에서 뿌리를 내린 일대일로가 앞으로 새로운 항해의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며 일대일로 사업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지도부의 의지를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도 이날 “아시아·아프리카와 유럽 등에서 진행 중인 일대일로가 출범 5년을 맞아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전 세계 국가가 개방과 협력이라는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한층 더 가까워지고 있다”고 선전했다. 다른 관영매체들도 최근 관련 특집보도를 잇따라 내놓고 5년간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100여개 국가가 협력안에 서명하는 등 무역 등 여러 경제협력 사업에서 큰 성과를 냈다며 일대일로 감싸기에 주력하고 있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책사인 왕후닝 상무위원이 지난 2013년 시 주석의 카자흐스탄·인도네시아 순방을 계기로 구체화한 중국의 대외경제 확장 프로젝트로 시 주석이 그해 9월7일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한 자리에서 처음으로 제창했다. 이후 일대일로는 동남아시아와 중동·아프리카·동유럽 등 전 세계 각국에 이른바 인프라 투자 지원이라는 명분으로 항구와 도로, 철도, 에너지 시설 등에 차관 형식으로 투자금을 지원하며 중국의 대외 패권을 확장하는 핵심 외교 프로젝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 2~3년간 말레이시아와 파키스탄·미얀마·케냐 등 일대일로 핵심 협력국가들이 기존 투자계획의 무리한 부채 문제를 지적하며 취소 의사를 밝히거나 사업을 중단해 곳곳에서 제동이 걸리는 모습이 뚜렷하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최근 중국의 일대일로 홍보전 강화를 시 주석 집권 연장의 핵심 성과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일대일로가 허물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후유증으로 중국 지도부가 상처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마저 흔들리면 시 주석의 집권 연장은커녕 후반기 리더십 토대마저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7~21일 중국을 방문한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를 시 주석이 극진히 대접하며 일대일로 프로젝트 취소를 되돌리려 안간힘을 쓴 것도 참여국들의 도미노 이탈 움직임을 차단하고 불안한 중국 내 여론을 다독이려는 의도였다는 것이 외교가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다만 중국 지도부의 선전전 확대에도 각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이탈 행렬을 막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미얀마는 채무 부담을 피하기 위해 차우퓨 항구 개발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고 말레이시아는 빚더미인 동부해안철도(ECRL) 구축사업 취소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네팔은 중국 싼샤그룹에 맡겼던 수력발전소 사업을 자국이 직접 진행하기로 했다.

다음달 3~4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아프리카협력포럼(FOCAC) 정상회의를 앞두고 아프리카의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덴마크국제학연구소(DIIS)의 루크 퍼티 선임연구원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은 중국의 투자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적 이득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는 부채위기로 나타났다”며 “자본을 빌려주고 중국 기업을 통해 사회기반 시설을 건설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중국식 발전 모델이 아프리카를 실패로 몰아넣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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