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전화를 통해 나프타 개정안에 합의한 후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다. /워싱턴DC=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멕시코가 27일(현지시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ㆍ나프타) 개정 협상을 타결하면서 나프타 재협상의 완전타결이 ‘8부 능선’을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멕시코와의 협상에서 자동차 산업과 지적재산권 보호는 물론 당초 요구했던 정기적 협정 재검토 역시 관철하면서 ‘나프타 2.0’은 미국에 한결 유리한 내용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미국에 유리한 나프타 개정안이 급물살을 타자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나스닥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8,000 고지를 돌파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트럼프 정부는 28일부터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캐나다에도 자동차 고율 관세를 언급하며 압박하고 있어 캐나다와의 남은 재협상도 조기에 끝낼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나프타 개정을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은 무역에서 중요한 날”이라며 “양국 모두에 정말 좋은 거래, 멋진 빅딜”이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페냐 니에토 대통령은 “힘든 과정이었지만 합의에 도달했다”고 평했으며 오는 12월1일 대통령에 취임하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당선인 측도 “경제의 불확실성을 없애는 긍정적 합의”라고 환영했다.
미·멕시코는 개정안에서 무관세로 수출될 자동차의 역내 부품 비율을 현행 62.5%에서 75%로 상향해 미국 자동차 및 부품 업계가 최대 수혜를 입게 됐다. 이번 합의로 멕시코에 공장을 둔 현대·기아자동차는 한국에서 보내는 부품 비중을 줄이고 현지 부품을 늘리는 방향으로 부품 조달 체계를 전면 재편해야 해 고민스럽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해외에 생산기지를 마련할 때 부품 협력사들과 동반 진출하는 방식을 쓰지만 한국에서 현지로 보내는 부품도 적지 않다.
車 역내 부품비율 75%로 상향
지재권 강화 등 美 요구 대거 관철
加 압박하며 이번주 타결 목표
뉴욕증시는 사상 최고치 경신
아울러 개정안은 최저임금(시간당 16달러) 노동자의 생산 비중을 40∼45%로 올려 미국 자동차 업체들이 싼 인건비를 노려 멕시코로 이전하는 것을 제한했다. 양국은 또 협정 유효기간을 16년으로 하고 6년마다 재검토하기로 했다. 미국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요구로 국경에서 불법 복제물이나 위조품 반입 단속도 강화된다. 멕시코는 첨단 신약개발 업체에 10년간의 보호기간도 제공해야 한다. 멕시코가 요구한 투자자국가소송(ISD) 완화의 경우 트럼프 정부도 미국 기업들이 멕시코로 이전하는 문턱을 높일 필요가 있어 어렵지 않게 합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합의 내용을 지렛대로 삼아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캐나다와의 재협상에도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미국과 멕시코는 나프타 개정안의 의회 비준을 멕시코 정권이 바뀌는 11월 말 이전에 끝내기로 잠정 합의해 캐나다와의 재협상도 가급적 이번주에 타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멕시코와 합의된 개정안을 조속히 수용하지 않으면 캐나다산 자동차 및 부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있다.
캐나다는 일단 미·멕시코 간 재협상 타결을 ‘고무적’이라고 평가하고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외교장관이 28일부터 워싱턴DC로 건너가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캐나다 외교부는 “나프타 재협상을 계속할 방침이지만 캐나다와 중산층에게 이익이 될 경우에만 서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반덤핑 분쟁해결위원회의 존속을 캐나다가 강하게 요구하는 점이 재협상 타결의 변수 중 하나라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정부는 캐나다와의 재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하는 한편 유럽연합(EU)과 진행 중인 무역협상 타결에도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중국에 대한 무역 압박을 강화하며 더 많은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다른 나라들과도 협상을 하고 있다”며 “그 중 중국이 협상을 원하지만 지금은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중 간 무역 불균형이 수십년간 너무 일방적이었다”고 비판했다. /뉴욕=손철특파원 맹준호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