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 성추행’ 의혹을 받는 세종대학교 교수 징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징계위원회 측이 학생이었던 피해자에게 ‘2차피해’로 느낄 만한 막말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은 세종대학교 캠퍼스 전경의 모습이다. /사진제공=세종대
세종대가 ‘제자 성추행’ 의혹을 받는 교수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당시 학생이었던 피해자에게 ‘2차 피해’로 느낄 만한 막말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대학가에 따르면 세종대 학교법인 대양학원은 최근 이 대학 영화예술학과 김태훈 교수에 대해 해임 결정을 내렸다. 김 교수는 지난 2월 사회 각계로 번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폭로 과정에서 과거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상태였다.
피해자 A씨는 1990년대 말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입학했고, 재학 시절 김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피해 사실을 A씨는 온라인에 글을 올려 폭로했다. 세종대는 지난 20일 김 교수의 사건을 두고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결과적으로 해임이 결정됐지만, 징계 과정에서 피해자를 두고 또 다른 막말 논란이 빚어졌다. 징계위원회는 피해자 A씨를 불러 관련 진술을 들었다. A씨는 이 자리에서 학교 측으로부터 성추행 이후 김 교수가 졸업논문을 통과시켜준 것과 관련해 불쾌한 질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한 징계위원이 앞뒤 맥락 없이 ‘교수가 논문을 통과시켜준 데 대한 감사한 마음은 없었나’라고 물었다”며 “전반적으로 제 주장이 허위라는 식으로 저를 역공격하는 분위기였다”고 진술했다. A씨는 황당한 마음에 “감사요?”라고 되물었고, 이 징계위원은 성추행 건이 아니라 논문통과에 관한 질문이라며 의도가 잘못 전달된 것 같으니 흥분하지 말라고 타일렀다고 했다.
김 교수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진상규명을 촉구하던 재학생들도 이 같은 징계위원의 태도에 즉각 반발했다. 영화예술학과 비대위는 “징계위는 논문 심사란 문제로 어쩔 수 없이 가해자와 마주해야 했던 피해자에게 폭언을 퍼부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논문 심사를 위해선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하더라도 감사히 여기라는 것인가”라며 “학교 측에 가지고 있던 최소한의 신뢰도 포기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학교와 재단은 이번 논란과 관련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A씨는 이달 13일에는 용산경찰서에 강제추행 혐의로 김 교수를 고소했다.
/홍승희인턴기자 shhs95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