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은 29일 두산밥캣 지분 10.55%를 시간외대량매매를 통해 이날 종가인 3만4,800원에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총 금액은 3,681억원이다. 두산중공업은 NH투자증권·신영증권을 포함한 4개 증권사와 장외파생금융상품거래를 체결했다. 눈에 띄는 것은 계약 조건이다. 향후 증권사가 매각하는 두산밥캣 지분 가격이 이날 종가보다 높을 경우 증권사가 그 차이만큼 두산중공업에 차액을 지급하고 낮을 경우 두산중공업이 증권사에 차액을 지급하는 구조다. 두산중공업이 두산밥캣의 향후 주가 전망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의미다. 역으로 보면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도 된다. 두산중공업은 관계자는 “두산밥캣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해 부채 비율을 낮추는 데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산중공업의 순차입금은 4조8,507억원(지난 6월 말 기준)이며 부채비율은 165.2%다. 두산중공업은 전 세계적인 발전·플랜트 시장의 저성장 기조로 주력사업의 부진이 계속되고 계열사인 두산건설 지원을 위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하면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사업 기반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앞으로 재무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 두산중공업은 이번 두산밥캣 지분 매각뿐만 아니라 3월에는 두산엔진 지분 42.6%를 사모펀드에 822억원을 받고 매각하는 등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에 매각과 차입금 상환에 따라 두산중공업의 순차입금은 4조4,826억원, 부채비율은 157.4%로 7.8%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증권사가 기관에 넘기는 두산밥캣 지분 가격에 따라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두산밥캣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다 두산중공업의 지분 매각으로 오버행 이슈가 해소돼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