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비핵화 답보 속 한미공조 균열 걱정된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관계가 심상찮다. 미국 언론들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취소된 이유가 ‘비핵화 협상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편지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협상이 깨지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는 협박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것이다.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를 넘어 위기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당장 미국의 행보가 달라졌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더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협상 기간에 훈련을 하지 않겠다던 입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겼음이다. 대북 신뢰도도 한층 낮아졌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생각을 바꿀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면서 대북 경고 메시지의 톤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비핵화가 난관에 봉착했다면 물 샐 틈 없는 한미공조로 북한에 대한 핵 포기 압박을 높여야 한다. 더 강화돼도 모자랄 양국관계가 최근 이상 조짐을 보이니 걱정이다. 청와대는 한미훈련 중단과 관련해 “비핵화 진전 상황을 보며 한미 간에 협의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다. ‘재개’ 입장을 분명히 한 미국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양국 외무장관 간 전화통화에서도 미국은 ‘대북 압박 유지’에, 한국은 ‘평화체제 구축’에 방점을 찍었다. 여기에 남북관계를 둘러싼 갈등설까지 나오는 판이다. 한미공조의 균열을 걱정하는 이유다.

양국관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북한이 틈새를 파고들 게 뻔하다. 노동신문이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하며 판문점 선언 이행을 촉구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이 그냥 두고 볼 리 없다. 자칫 북한산 석탄 국내 반입과 남북경협을 문제 삼아 우리나라를 제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이런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에 대미관계 회복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핵화 진전 없이 남북관계 개선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힘들게 쌓은 비핵화의 탑을 우리 스스로 허무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 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