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에서 이승우(왼쪽)의 득점에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을 이기고 온 자신감과 전 경기 무실점의 끈끈한 수비, 그리고 ‘쌀딩크(베트남 히딩크)’ 신드롬까지…. 베트남과 객관적 전력 차를 떠나 이래저래 부담스러운 한판이었지만 또 하나의 고비를 무사히 넘겼다.
한국 축구가 베트남의 돌풍을 잠재우고 아시안게임 2연패에 한 계단만을 남겼다. 금메달이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유일한 한국인 공격수 손흥민(토트넘)은 병역 혜택을 받아 공백없이 유럽 무대를 누비게 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9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에서 3대1로 이겼다. 대망의 결승은 9월1일 오후8시30분(한국시각)에 시작된다.
모든 골이 완벽에 가까운 작품이었다. 전반 7분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밀고 들어가다 흐른 공을 이승우(엘라스 베로나)가 왼발 슈팅으로 구석에 꽂아넣었다. 베트남의 이번 대회 첫 실점이었다. 이 경기 전까지 선수비 후역습의 정석을 보여줬던 베트남은 이른 실점에 흔들렸다. 전반 28분에는 손흥민이 페널티 지역 오른쪽으로 들어가던 황의조에게 연결했고 황의조는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추가골을 꽂았다. 이번 대회 아홉 번째 득점. 득점왕을 예약한 ‘슈퍼 히어로’ 황의조는 1994히로시마아시안게임에서 황선홍이 작성했던 아시안게임 단일 대회 최다골(11골) 경신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이승우는 후반 10분 수비가 걷어낸 공을 달려들며 밀어 넣어 멀티 골을 완성했다. 이번 대회 3호 골이다. ‘한국인 감독 더비’를 승리로 이끈 김 감독은 박 감독과의 대결에서 K리그 열 차례 맞대결을 포함해 9승1무1패를 기록했다. 김 감독은 스코어가 3대0으로 벌어지자 황의조를 후반 14분에 불러들이며 결승을 대비했다. 옐로 카드를 받아 경고 누적이 우려되던 손흥민도 후반 중반 교체돼나갔다.
베트남 팬들은 특별기 3편을 이용해 대규모 원정 응원을 왔지만 고대했던 승리는 목격하지 못했다. 후반 25분 쩐민브엉의 날카로운 프리킥 득점과 후반 내내 펼친 적극적인 공세에 만족해야 했다. 베트남은 그러나 지난해 부임한 박 감독의 리더십을 앞세워 사상 첫 8강·4강 신화를 쓴 데 이어 한국의 골문까지 열며 장밋빛 미래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한국 선수단은 이날도 금메달 레이스를 펼쳤다. 전통의 효자종목 유도는 첫날 금맥 뚫기에 성공했다. 여자 48㎏급 간판 정보경(안산시청·세계랭킹 16위)은 자카르타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결승에서 곤도 아미(일본·7위)를 연장 승부 끝에 골든 스코어 업어치기 절반으로 꺾었다. 2016리우올림픽 결승에서 파울라 파레토(아르헨티나)에게 패해 금메달을 놓쳤던 정보경은 이번 대회 4강에서 세계 1위 문크흐바트 우란체체그(몽골)를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 2년 전의 아쉬움을 씻어냈다. 끝내기 업어치기 직전 팔가로누워꺾기에 걸려 결정적인 위기에 몰렸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낸 그는 “자카르타에 오기 전 올림픽에서 못 딴 금메달을 꼭 따고 돌아가겠다고 스스로 약속했는데 목표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자 66㎏급 안바울(남양주시청·세계 7위)도 리우 은메달의 아쉬움을 자카르타의 금메달로 떨쳐냈다. 그는 결승에서 일본의 호시로 마루야마(18위)를 경기 시작 50초 만에 짜릿한 업어치기 한판승으로 꺾었다. 안바울은 2015세계선수권 우승으로 이름을 알린 한국 유도의 간판으로 2020도쿄올림픽 전초전을 멋지게 통과했다.
숨은 ‘효자종목’ 정구는 남자단식 김진웅(28·수원시청)의 금메달로 스타트를 끊었다. 김진웅은 팔렘방에서 열린 결승에서 홈 코트의 알렉산더 엘버트 시(인도네시아)를 4대2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강한 체력이 강점인 김진웅은 2015인도세계선수권 단식을 제패한 에이스다. 8강에서 북한의 리정일을 4대2로 물리친 그는 준결승에서 김동훈(29·순천시청)에 4대1 승리를 거둔 데 이어 결승에서는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은 시를 제압했다. 정구는 4년 전 인천 대회에서 금메달 7개를 싹쓸이했다.
패러글라이딩에서도 금메달이 터졌다. 이다겸(28)·백진희(39)·장우영(37)으로 이뤄진 여자 대표팀은 크로스컨트리 단체전에서 5라운드 비행 총점 4,924점을 기록해 일본(4,851점)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 종목은 목표지점 몇 곳을 정확하고 가장 빨리 도는 순으로 순위를 가리며 팀당 다섯 번 비행해 3명 중 2개의 높은 점수를 합산한다.
열일곱 살 은주원(수택고)은 2020도쿄올림픽 정식 종목인 스케이트보드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스포츠시티의 스케이트보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스트리트 부문 결선에 출전한 은주원은 25.4점을 받아 3위에 올랐다.
경보 남자 20㎞에서 한국 육상 최초로 4개 대회 연속 메달 획득에 도전한 김현섭(33·삼성전자)은 4위로 아쉽게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4년 전 인천에서 경보 여자 20㎞ 동메달을 땄던 전영은(30·부천시청)은 5위(1시간37분17초)로 레이스를 마쳤다.
/양준호·박민영기자 migue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