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친애하는 판사님께’
‘친애하는 판사님께’ 윤시윤이 23000원짜리 백지수표로 통쾌 사이다를 선사했다.
드라마 속 답답함을 뻥 뚫어주는 전개를 두고 ‘사이다’라 일컫는다. 그만큼 통쾌하고 짜릿한 쾌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사이다 전개’가 등장할 때 시청자가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8월 29일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친애하는 판사님께’(극본 천성일/연출 부성철/제작 더 스토리웍스, IHQ) 19~20회는 이 같은 ‘사이다 전개’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며 안방극장을 사로잡았다.
이날 한강호(윤시윤 분)는 시험대에 올랐다. 자취를 감췄던 쌍둥이 형 한수호(윤시윤 분)가 거짓 판사 행세 중인 한강호를 압박해오기 시작한 가운데, 거액의 뇌물이 굴러들어오게 된 것. 애초에 뇌물 10억만 챙기면 가짜 판사 행세를 그만두고 사라질 생각이었던 한강호에게는 뿌리치기 힘든 유혹에 빠진 것과 같은 상황. 그러나 한강호는 스스로 그 시험대를 부숴버리고, 내려왔다.
한강호는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는 위기에 처했다. 한수호가 휴대전화, 카드를 정지하는 등 한강호에 대한 압박을 시작한 것. 여기에 징계위원회에까지 회부됐다. 자칫하면 이호성(윤나무 분), 박해나(박지현 분)가 관련된 마약사건 판결 전, 판사재임용에서 탈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강호는 이대로 모든 것을 멈춰야 하는지 고민에 휩싸였다.
그 때 오상철(박병은 분)이 찾아왔다. 그는 한강호를 재벌3세 이호성, 병원장 아들 최민국 등이 있는 곳으로 데려갔고, 그 곳에서 한강호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사라지기 전 한수호가 이들의 마약사건 은폐에 수동적이나마 동조를 했다는 것이었다. 그 순간, 이호성이 백지수표를 건네며 한강호를 흔들었다. 원하는 금액을 줄 테니, 조용히 박해나 마약사건을 마무리하라는 것.
구역질을 하며 뛰쳐나온 한강호에게 오상철은 쐐기까지 박았다. 결국 한강호는 백지수표를 챙겨 나오며 돈을 들고 사라지기로 결심했다. 다음 날 마지막 인사를 위해 법원에 출근한 한강호는 송소은이 홀린 듯 어딘가를 향해 뛰쳐나가는 것을 따라갔다. 송소은은 사마귀(성동일 분)에게 언니 소식을 전해 듣고 한 술집을 찾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곳에 송소은의 언니는 없었다.
송소은은 한강호에게 자신의 과거 아픔을 모두 털어놨다. 언니가 성폭행을 당했지만 가해자가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것, 그로 인해 언니가 사라졌고 그녀의 가족의 삶이 피폐해졌다는 것. 그 성폭행 가해자가 최민국이라는 것까지. 그제야 한강호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호성이 자신에게 백지수표를 건네던 순간, 곁에 있던 남자가 최민국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한강호는 당당하게 백지수표를 들고 오상철, 이호성, 최민국을 찾아갔다. 이어 느닷없이 떡볶이, 순대 등을 펼쳐놓으며 폭풍흡입을 하더니 당당하게 백지수표를 내놓았다. 백지수표에는 떡볶이 값 23000원이 적혀 있었다. 모두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이유를 묻자 한강호는 “그냥. 너희가 싫어”라고 말한 뒤 돌아섰다. 박해나에게는 “5년”이라는 징역 판결을 예고하기까지 했다.
속이 뻥 뚫리는 사이다였다. 힘을 가진 것을 특권인양 내세웠던 이들을 보기 좋게 짓밟아버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강호에게도 전환점과 같은 전개였다. 양아치였던 한강호가 백지수표의 유혹을 뿌리쳤고, 진짜 정의를 위한 사람으로 거듭날 것을 예고한 것이기 때문이다. 23000원짜리 백지수표가 선사한 통쾌하고 짜릿한 사이다 덕분에, 한강호가 앞으로 펼칠 기막힌 반격이 기대되기에 ‘친애하는 판사님께’의 다음 방송이 또 애타게 기다려진다.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