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러브 유어셀프’에서 팬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방탄소년단을 응원하고 있다/사진출처=방탄소년단트위터
1집 활동 당시 레드벨벳(위)과 먼지털이로 레드벨벳을 응원하는 팬(아래). 당시 레드벨벳 멤버들의 염색한 머리 색이 먼지털이의 색과 비슷하다 점에서 착안했다/사진출처=인스티즈
지난 26일 방탄소년단의 서울 콘서트가 열렸던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캄캄한 객석에서 보라색 배경에 흰 글자로 ‘BTS ARMY’가 반짝반짝 빛났다. 2002년 여름 뜨거웠던 붉은 악마의 카드 섹션을 보는 듯했다. 차이점은 있다. 당시 붉은 악마의 카드 섹션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공식 응원단인 붉은 악마에서 문구 기획부터 자리 배치까지 결정했다.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팬들은 그저 신나게 ‘이것’을 흔들면 된다. 이것의 정체는 바로 응원봉이다.
응원봉은 각 아이돌의 이미지에 어울리게 제작된 휴대용 램프다.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공연을 기획하는 측에서 불빛을 제어할 수 있는 램프다. 이제는 거의 모든 팬이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응원봉을 블루투스로 연결하고, 전용 ‘어플리케이션’에 자신의 좌석번호를 입력한다. 공연 스태프들은 이를 바탕으로 원하는 좌석에서 원하는 색깔의 빛을 출력한다. 그동안 관객 사이 완벽한 호흡이 필요했던 파도타기, 카드섹션 등을 중앙에서 간단하고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 이 기술을 다듬기 위해 각 연예기획사들은 소속 IT부서에서 끊임없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특허까지 출원했다. 아이돌 팬덤 문화에도 어느새 4차 산업혁명이 들어온 셈이다.
팬들은 이 ‘응원봉’의 애칭까지 지어줬다. 블랙핑크의 응원봉은 뿅망치처럼 생겼다고 ‘뿅봉’, 트와이스의 응원봉은 막대사탕 모양이라 ‘캔디봉’이다. 방탄소년단의 응원봉은 ‘아미밤’, 엑소의 응원봉은 ‘에리디봉’이다. 그 모양이 둔기를 닮은 것들도 있다. 아이콘의 ‘콘배트’는 야구방망이를 닮았고, 샤이니의 ‘샤석기’는 마치 구석기시대 뗀석기를 닮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응원봉도 엄연한 아이돌 굿즈 중 하나인만큼 ‘한정판’이 있다. 해외 투어 등 특별한 공연이 펼쳐지는 경우, 그 공연의 콘셉트에 맞춘 ‘응원봉’을 제한된 수량만큼 판매하는데, 이 ‘한정판’ 응원봉의 인기가 어마어마하다고 팬들은 귀띔했다.
응원봉의 기원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기 아이돌이었던 H.O.T, god, 신화, 젝스키스의 팬들은 팬클럽의 풍선 색을 정해놓고 그 풍선색에 맞춘 응원을 진행했다. H.O.T는 흰색, 젝스키스는 노란색, god는 하늘색, 신화는 주황색 식이다. 시간이 흘러 아이돌이 늘어나며 풍선 색을 둘러싸고 후발 아이돌과 선배 아이돌 팬덤간의 다툼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아이콘과 신화가 ‘주황색’으로 그랬고, god와 비투비의 ‘하늘색’ 논쟁도 그렇다. 후배 아이돌의 팬덤이 ‘거긴 해체했잖아’라고 하는 순간 큰 다툼이 일어났다.
응원봉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2015년께부터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의 발달로 셀카봉 등이 한창 유행하기 시작할 때다. 더이상 쓸 수 있는 ‘풍선 색’이 없어 ‘파스텔 애플라임(B1A4)’ ‘펄 라임(NCT)’처럼 글자로 구별해야 할 지경에 태어난 존재였다. 2015년 데뷔했던 트와이스는 공식 색깔을 2개로 지정했고 2014년에 데뷔한 레드벨벳은 초창기 멤버들의 염색한 머리 색 때문에 먼지털이를 응원 도구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기술의 발달이 오래된 논쟁을 끝낸 한 사례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방탄소년단 응원봉 ‘아미밤’/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엑소 응원봉 ‘에리디봉’/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 응원봉 ‘뿅봉’/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아이콘 응원봉 ‘콘배트’/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