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기업 "신약개발 특수성 등 고려 전향적 자산화 기준 필요"

"예외 인정범위 확대 명시는 환영"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은 30일 금융당국이 바이오제약 기업 연구개발(R&D) 비용의 자산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우선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준 마련이라는 밑그림만 나왔을 뿐 세부 내용과 발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아 조속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오 벤처기업 A사의 한 관계자는 “R&D 비용에 대한 회계처리 기준이 명확하게 마련되면 더는 소모적인 회계처리 논란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금융당국의 잇따른 R&D 비용 회계감리 착수 등으로 잔뜩 위축된 바이오제약 기업에 대한 투자심리도 한풀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의 현실을 감안해 선진국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예외적인 경우로 인정하는 범위를 넓히겠다고 명시한 것도 일단은 긍정적인 신호라는 분석이다. 앞서 오스코텍(039200) 등은 금융당국이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의 R&D 비용 처리에 회계감리를 실시하겠다고 밝히자 기존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수정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빚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자산화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하루라도 빨리 기준을 확정해달라는 입장이다. R&D 비용의 회계처리를 둘러싼 논란으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본업인 신약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회계처리 논란을 매듭지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일각에서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신약 개발의 특수성과 선진국 대비 열세인 국내 바이오제약 산업의 경쟁력을 고려해 전향적인 자산화 기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R&D 비용을 비용이 아닌 자산으로 처리하는 기준을 원칙적으로 임상 3상 돌입으로 정하고 혁신 신약 등으로 인정받는 경우에는 조속한 상용화를 위해 임상시험 전 과정을 자산으로 처리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개발 단계부터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바이오제약 산업의 회계처리는 일률적인 기준보다 산업적 특수성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적용돼야 한다”며 “R&D 비용의 자산화가 실적 부풀리기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면 신약·준신약·복제약 등으로 자산화 기준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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