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하던 베트남 증시가 반등하면서 국내에 설정된 베트남 펀드가 나 홀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에 이어 터진 터키발 쇼크를 비켜간데다 베트남 경제지표가 여전히 경기 확장세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 등이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연초 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라 빠졌던 국내 자금들도 다시 유입되는 추세다.
3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 펀드 중 베트남 펀드 15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지난 28일 기준)은 평균 6.04%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해외 주식형 펀드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미국 증시 호황에 두드러진 수익을 내온 북미 펀드(0.45%)보다도 높다. 같은 기간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은 평균 -2.30%로 손실을 보고 있다.
베트남 펀드의 상품별 수익률을 보면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이 6.68%, ‘HDC베트남적립식증권투자신탁1(주식)’이 6.29%, ‘유리베트남알파연금저축증권자투자신탁[주식]’이 6.27%로 상위권에 들었다.
베트남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도 평균 1.44%로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4.28%)에 비해 훨씬 높다. 시중 자금도 몰려 베트남 펀드 설정액은 최근 석 달간 527억원 늘었다. 이 기간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2,898억원 줄었다.
상반기에 변동성이 커져 투자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이 되살아나는 것은 베트남 VN지수의 상승 덕분이다. VN지수는 지난해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으나 올해 4월 1,211.34로 고점을 찍고는 한동안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지난달 11일 연중 최저점인 893.16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해 이달 28일에는 995.19로 마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베트남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해 국가 신용등급을 올리고 있다. 올해 5월 피치는 베트남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올렸고 무디스는 이달 10일 B1에서 Ba3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미국발 터키 제재로 인해 주요 신흥국 환율은 급등하고 증시는 급락했다”면서도 “동화의 절하폭은 미미한 가운데 VN지수는 최근 반등 국면 속에서 신용등급 상향 재료가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표면적으로 외국인투자가는 베트남 주식시장에 대한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연초 이후 7월까지 VN지수의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32조9,000억동으로 매수 우위이며 포트폴리오 투자 또한 올해 2·4분기까지 10억달러 이상 증가했다”고 부연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기지로 부각하고 있어 VN지수의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베트남을 비롯해 한동안 투자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신흥국이 다시 투자 대상으로 부각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