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워크 아웃(소비자가 쇼핑 후 그냥 걸어 나오면 자동으로 결제되는 시스템)’ 기술을 활용한 무인 슈퍼마켓, 드론을 활용한 야외 매장 내 식음료 배달, 인공지능을 활용한 무인 안내 시스템….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미래형 유통매장은 당장 2020년이면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펼쳐질 그림이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이 같은 미래 첨단 유통 매장을 위해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인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 2020년 하반기 오픈할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에는 매장 구성부터 서비스까지 백화점과 아웃렛 등 오프라인 매장 운영 전반에 아마존 첨단 기술이 대거 적용된다.
‘한국의 아마존’ 자리를 두고 국내 유통업계가 피 터지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레드오션인 기존 전통 오프라인 유통 시장에서 벗어나 마지막 블루오션인 온라인 시장을 ‘접수’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유통업계에서 온라인과 모바일 채널의 비중은 20%를 넘어서는 가운데 온라인 투자는 유통업계의 생명줄인 셈이다.
◇백화점 ‘빅3’ 모두 대대적 온라인 투자 나서 =현대백화점그룹이 아마존과 손잡고 첨단기술 도입에 나선다면 신세계그룹은 별도의 이커머스법인 상장, 최첨단 온라인센터 건립 등을 모색 중이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눠진 온라인 사업부를 통합해 그룹 내 핵심 유통채널로 육성하고, 2023년에는 온라인 매출이 현재의 5배 수준인 10조 원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신세계그룹은 지난 1월 외국계 투자운용사 비알브이 캐피탈 매니지먼트, 어피너티 에쿼티 파트너스로부터 국내 최대 규모인 1조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지난 3월 “하남에 아마존을 능가하는 온라인센터를 구상 중”이라며 “물류센터라기보다는 ‘온라인 심장부’로, 분사하는 SSG닷컴 회사의 핵심시설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롯데는 지난 5월 유통계열사 8곳의 온라인몰을 통합해 ‘e커머스사업본부’를 신설하고 3조 원을 투자해 온라인사업을 향후 유통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내 최다 멤버스 회원(3,800만 명)과 오프라인 채널(1만1,000여 개)을 운영하는 역량을 바탕으로 롯데만의 O4O(On-line for Off-line) 전략을 통해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고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유통업계 1위 자리를 굳힌다는 목표다.
◇충성고객 확보가 생존 열쇠=이커머스 업계 역시 소모적인 최저가·쿠폰 마케팅을 넘어 온라인·모바일 쇼핑 수요 늘리기에 나서고 있다. 먼저 G마켓·옥션·G9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멤버십서비스 ‘스마일클럽’ △간편결제 서비스 ‘스마일페이’ △익일 배송 서비스 ‘스마일 배송’ 등에 집중하고 있다. 회원전용 서비스에 혜택을 집중해 우수고객에게는 특별한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새로운 충성고객까지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지난 6월 SK플래닛으로부터 분할되는 11번가는 9월 독립법인으로 새 출발하며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모펀드 H&Q코리아에 지분 18.2%를 넘기고 5,000억 원을 투자받고, 여기에 국민연금·새마을금고도 참여했다.
지난해 2조 6,8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수년간 이커머스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쿠팡은 최근 3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1조7,000억 원이 넘지만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로켓배송’ 서비스를 위한 인건비와 기타 고정비 때문에 손실이 크지만,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등 도입을 검토할 정도다.
/이재유기자 03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