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담대한 여정] 한반도의 봄, 그 이후는

■정세현·황방열 지음, 메디치 펴냄


남북관계는 오해로 점철된 역학이었다. 북한 정권 특유의 폐쇄성, 예측 불가능성은 상식에 근거한 관계의 지속을 오래도록 가로막았다. 화해무드가 조성되는가 하면 갑작스러운 경색이 찾아왔고 전쟁발발의 위기가 고조되는가 싶더니 불현듯 햇살이 비쳤다. 그런 식이었다. 남북관계는 늘 냉탕과 온탕을 끊임없이 오가며 70여년을 달려왔다.

남북관계는 또다시 예상치 못한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다행히 긍정적 변화다. 거짓말처럼 남북 정상이 무려 두 번이나 만나더니 얼마 뒤 북미 정상이 손을 마주 잡는, SF소설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남북관계의 지난 통계는 다시금 관계의 균열이 찾아와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이지만 현재 정황 논리만 놓고 보면 핑크빛 관계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후다. 당대 최고의 북한 전문가로 통하는 정세현 전 장관이 내놓은 신간 ‘담대한 여정’은 한반도의 판이 바뀐 이후를 탐색한다.

저자는 남북과 북미, 양대 대치 관계에 극적인 변화가 찾아온 계기로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을 꼽는다. 미국의 대북압박이 북한의 핵무장 강박을 건드렸고 결과적인 핵 장착이 도리어 미국과 빅딜카드로 쓰였다는 분석인데 한반도를 위협했던 핵이 한반도 평화안착의 새로운 계기가 됐다는 통찰이 탁월하다.

저자는 또 북한사회의 변화, 즉 개혁개방이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분석한다. 김정은의 최대 화두는 경제건설이며 이를 위해서 이전 정책은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김정은은 미국의 힘을 빌려 외자를 유치하고 인민경제를 빠르게 발전시킬 준비를 마쳤다고까지 평가한다.

아홉살 손자를 떠올리며 집필에 나섰다고 서문에 밝힌 저자는 “이 아이들이 커서 어른이 될 때쯤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있고 그 세상을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를 할아버지 마음으로 풀어냈다”고 당당히 밝힌다. 국운을 걸고 북한과 지략전투에 몰두했던 정통관료의 호연지기가 돋보인다. 1만6,000원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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