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홈트 전성시대다. 홈트는 집을 의미하는 홈(home)에 트레이닝(training)을 더한 신조어다. 말 그대로 집에서 하는 운동이다. 최근에는 트레이닝 대신 피트니스(fitness)를 결합한 뜻으로도 해석된다. 남성들의 근력 운동을 비롯해 여성들의 요가나 스트레칭까지 광범위하게 쓰이는 용어다.
지난 3~4년 전부터 홈트라는 단어가 퍼지기 시작하더니 최근 들어서는 유튜브·인스타그램 등에서 활동하는 홈트 전문가들이 셀 수 없을 정도다. 기업형 홈트 채널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인스타그램에서 유명세를 떨친 김주원씨가 쓴 ‘주원홈트’는 관련 분야 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10만부 넘게 팔리기도 했다.
홈트는 시간·장소·비용 등의 제약조건이 덜한 것이 장점이다. 필라테스·요가·헬스 등의 피트니스 시설을 이용하려면 짧게는 1개월에서 3개월, 길면 1년 정도 회원권을 끊기 마련이다. 월평균으로 치면 1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들고 회당 5만~10만원 수준인 PT(개인 레슨)까지 더하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많게는 대략 한 달치 월급을 투자하며 ‘몸짱’의 의지를 다지지만 상당수는 한 달 안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포기하게 된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105년 조사(20~40대 직장인 590명 대상)에 따르면 유료 운동시설 등록자의 71%가 등록 후 1개월 이내에 운동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름도 안 돼 그만둔 경우도 38%일 정도로 초기 의욕은 금세 사라진다. 가장 큰 이유는 ‘업무 및 일상생활 일정이 불규칙해서(36%)’였다. 김씨 역시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됐지만 헬스장에 오가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자주 가기가 쉽지 않고, 주말에는 약속에 밀린 일정을 보다 보면 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운동을 하려면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을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적지 않다.
홈트는 이런 면에서 자유롭다. 언제든 자기가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 집에서는 물론 휴가 중에도 간단히 할 수 있다. 비용도 사실상 들지 않는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설령 며칠 하지 않더라도 죄책감이 들지 않는다.
홈트 인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도 크게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 등에서 덤벨·튜빙밴드·요가매트 등의 운동용품부터 트레드밀(러닝머신), 실내자전거 등의 운동기구도 판매가 급증하는 추세다.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폼롤러·마사지볼도 인기다.
최근에는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개인 PT도 활발하다. 개인의 체질·체형 등에 맞춰 운동법을 알려주고 이를 확인하며 나아가 식단까지 제공해 관리해주는 형태다. 헬스장에서 적어도 회당 5만원 수준인 개인 PT를 월 2만9,000원에 앱으로 관리해주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좀 더 비용을 내면 집으로 방문해 1대1 또는 소그룹 형태로 운동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반대로 피트니스센터는 온라인으로 고객을 뺏기며 폐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발 빠른 개인 트레이너들은 이미 온라인으로 전환해 수강생을 찾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어디서든 운동을 할 수 있게 됐지만 주의할 점도 적지 않다. 대부분의 동영상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개인의 체형이나 근력 등을 고려하지 않아서다. 더구나 ‘개미허리’ ‘어깨깡패’ ‘빨래판복근’ 등 특정 부위에 집중된 운동을 소개하다 보니 초보자의 경우 부상 위험도 많이 따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회전근개파열 환자 수가 2010년에 비해 88.9%나 증가했다. 특히 30~40대 환자가 약 23%를 차지했는데 대부분이 무리한 운동 때문이었다.
운동을 하기 전에는 무엇보다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줘야 하는데 홈트 동영상에서는 그런 과정이 생략된 경우가 많다. 김씨가 따라 했던 파이크 푸시업은 어깨를 단련하는 운동 가운데서도 가장 고난도 축에 속하는데 무리하게 했던 것이 부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근력운동의 경우 바른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조금이라도 잘못된 자세로 운동하면 동작이 반복될 경우 몸에 무리가 가고 부상을 입게 된다. 간단한 동작도 마찬가지다. 팔굽혀펴기의 경우 어깨나 팔꿈치를 다칠 수 있고 윗몸일으키기도 우습게 봤다가는 허리나 목에 무리를 준다. 스쾃 동작 역시 자칫 무릎에 부상을 가져오게 된다. 근육에 생긴 염증을 방치하거나 무리하게 운동을 이어갈 경우 나중에 회복하기 힘들 수 있다. 허리나 목의 경우 디스크로 악화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초보자의 경우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고 가벼운 동작 위주로 따라 하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근력운동의 경우 처음에는 맨손으로 시작해 차차 무게를 늘려가도록 하고, 만약 자세를 유지하기 힘들거나 통증을 유발하는 동작이 있다면 우선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현직 트레이너 최진혁씨는 “초보자들이 가장 범하기 쉬운 오류가 근력운동을 하고 나면 몸이 아픈 게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통증이 지속되거나 불편함이 반복되는 것은 문제가 생긴 경우로 볼 수 있으니 증상에 따라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