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이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8 개막에 앞서 30일(현지시간) 열린 국내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연간 판매되는 5억대의 정보기술(IT) 디바이스를 바탕으로 글로벌 음성인식 인공지능(AI) 시장의 패권을 움켜쥐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구글과의 AI 협력이 이뤄진다면 주도권을 잃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은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2018’의 개막을 하루 앞둔 30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웨스틴그랜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스마트폰을 비롯해 연간 5억대의 IT 기기를 판매하는 회사는 전 세계에 삼성전자밖에 없다”며 “삼성전자가 매년 전 세계에 뿌리는 5억대의 기기가 AI·사물인터넷(IoT) 기술과 결합하면 엄청난 힘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하드웨어 기반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미래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IT 업계도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 뿌려놓은 IT 생태계가 앞으로 글로벌 AI 등 소프트웨어 사업의 협업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우위를 차지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사장이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역량을 새삼 강조한 것은 자체 음성인식 AI 서비스인 ‘빅스비’에 더해 구글의 ‘구글 어시스턴트’나 아마존 ‘알렉사’와 같은 이 분야 강자들과의 협업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기 때문이다. LG전자를 비롯한 주요 글로벌 세트 메이커들은 구글·아마존과 협력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독자 노선을 고집하고 있다. 김 사장은 “구글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삼성이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서 “전 세계에 IT 기기를 판매한다는 것은 구글이 하지 못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구글이 AI 스피커를 내놓는 것은 음성인식 기술을 탑재할 독자 디바이스가 없는 상황에서 스피커가 그나마 만들기 쉽기 때문이고 이런 점이 향후 협력 과정에서 중요한 협상 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향후 협력의 가능성 자체를 아예 부인하지 않았지만 협력 과정에서 구글·아마존 등 IT 업체들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30일(현지시간) 독일 명품 가구 놀테(Nolte)와 손잡고 독일 베를린 IFA 2018 행사장에서 ‘삼성 스마트 라이프레시피(Samsung Smart Life Recipe)’를 주제로 개최한 쿠킹쇼에 많은 사람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사진제공=삼성전자
AI를 기반으로 한 자체 홈 IoT 사업도 강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이를 위해 생활가전사업부 내 IoT 관련 조직을 전사(全社) 조직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AI를 탑재한 로봇 사업과 관련해서도 김 사장은 ‘우선순위’를 분명히 했다. 김 사장은 “로봇은 AI를 구현할 중요한 수많은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일 뿐”이라면서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의 두뇌에 해당하는 AI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빌트인 시장 공략과 관련해서는 “기존 소비자간 거래(B2C) 제품과 유통 구조도 다르고 제품을 사는 사람도 전혀 다른 완전히 다른 사업”이라면서 “유럽의 유명 가구 브랜드와 협력해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베를린=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