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층 손 저림·통증 잦은데..."가볍게 보면 큰병 돼요"

집안일·육아·컴퓨터작업 반복에
신경·힘줄 압박으로 감각 등 저하
방아쇠손가락·손목터널증후군 등
연간 12만~21만명씩 진료 받아
스테로이드 안들으면 수술 불가피
치료 시기 놓치면 통증 만성화도

이재훈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엄지손가락쪽 손목의 통증을 호소하는 여성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사진제공=강동경희대병원

집안일·육아나 조립, 포장·컴퓨터 작업, 청소원, 골프·테니스 선수 등 손목·손가락 관절을 많이 써온 중년 주부·직장인이라면 손질환에 시달리기 쉽다. 근육을 뼈나 뼈의 겉막·관절막 등에 부착시키는 강하고 유연한 섬유성 조직인 힘줄을 싸고 있는 활액막이나 그 내부에 염증·부종이 생긴 ‘건(腱·힘줄)활액막염’, 신경이 눌려서 통증·저림·감각저하 증상이 나타나는 손목터널증후군이 대표적이다.

건활액막염은 손목·손가락 관절에 가장 흔하게 나타나지만 어깨·엉덩이·무릎·발목 등 움직임이 많은 다른 관절에도 심심찮게 찾아온다. 류머티즘 건활액막염, 활액막이 두꺼워지면서 힘줄을 눌러 통증이 생기는 방아쇠손가락·드퀘르벵병 등 ‘협착성 건활액막염’과 같은 다양한 질환을 포괄해 지난해 진료인원이 155만여명에 이른다.

건활액막염은 통증이 심하지 않지만 손가락 등이 뻣뻣해지고 특정 관절동작 때 통증이 느껴진다. 건활액막염이나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거나 증상을 완화하려면 손목·손가락 관절 등에 무리가 가는 반복적인 동작·작업을 하기 전후에 스트레칭을 하고 1시간에 5분 이상 쉬어준다. 무리했을 경우 온·냉찜질을 해주거나 부목 등으로 고정하는 게 좋다. 소염제, 스테로이드 주사로 약물처치를 하면 대부분 잘 들으며 반응이 없거나 나아졌다가 재발하면 수술을 고려한다.


◇손가락 굽히고 펼 때 딸깍거리면 방아쇠손가락?= 중지·약지·엄지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할 때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걸리는 느낌이 있다면 방아쇠손가락을 의심할 수 있다. 손가락 셋째마디 관절에 붙어 있는 ‘A1 인대 터널’을 지나는 손가락 굽힘힘줄(굴곡건)이 염증으로 붓거나 혹이 생겨 터널을 통과할 때 심한 마찰로 방아쇠를 당길 때처럼 딸깍하는 소리가 나고 통증을 초래한다. 통증은 아침에 심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된다.

요리사, 운전기사, 청소원, 골프·테니스 선수나 열혈 동호인, 스마트폰·PC 장시간 이용자 등이 고위험군이다. 지난해 진료인원 약 20만6,000명 중 여성이 67%로 남성의 2배다. 40~60대 연령층이 여성의 80%, 남성의 69%를 차지한다. 이재훈 강동경희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 등이 별 효과가 없거나 방아쇠손가락이 재발하면 힘줄을 싸고 있는 막 위쪽을 1~1.5㎝ 째는 간단한 수술로 상당한 증상호전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다만 수술이 늦어지면 증상호전에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엄지손가락 쪽 손목이 아프면 드퀘르벵병 의심=엄지손가락을 움직일 때 손목에 통증이 있으면 드퀘르벵병(요골붓돌기힘줄윤활막염)을 의심할 수 있다. 다소 생소한 질환이지만 아기를 안고 있는 것처럼 손목이 꺾이는 동작을 장시간 반복하다 보면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엄지 쪽 손목관절을 지나는 힘줄과 이를 둘러싼 막이 두꺼워져 엄지를 치켜 세우거나 엄지를 구부린 상태에서 다른 네 손가락으로 감쌀 경우 심한 통증을 느낀다.

지난해 진료인원 약 12만명 중 여성이 75%로 남성의 3배다. 남녀 모두 40~60대가 절반 이상이지만 20~30대도 남자 40%, 여자 35%로 비중이 큰 편이다. 이 교수는 “초기에는 소염제, 부목 고정, 스테로이드 주사로 효과를 볼 수 있는데 반응하지 않으면 힘줄을 둘러싼 막의 위쪽을 2㎝가량 째서 힘줄에 숨통을 터주는 간단한 수술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손이 저려 잠 깨면 손목터널·주관증후군 가능성=손이 저려 잠을 깬다면 면 손목터널증후군이나 주관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다.

손목터널은 손목 앞쪽 피부조직 밑에 9개의 힘줄과 정중신경 등이 지나가는 뼈·인대구조물이다. 과도한 손목 사용으로 근육·인대에 염증이 생기면 터널을 덮고 있는 인대구조물이 붓고 두꺼워져 정중신경을 누른다. 그 결과 30초가량 손목을 구부리고 있을 때 손목, 손바닥, 엄지·검지·중지와 약지 일부에 타는 듯한 통증이나 저림·감각저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손에 힘이 빠지고 통증 때문에 젓가락질, 옷 단추 잠그기, 병뚜껑 등을 돌리거나 빨래를 짜기 어려워진다. 비만·당뇨병·류머티즘관절염·임신,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 있을 때 생기기 쉽다. 지난해 진료인원 18만여명 중 여성이 76%로 남성의 3.2배다. 남녀 진료인원 10명당 8명가량이 40~60대다.

3개월 이상의 비수술적 치료에도 신경이 눌리는 정도가 심해 손이 저리고 무감각해지며 힘(악력)이 떨어진다면, 엄지 근육 부위에 위축이 오거나 자다가 통증 때문에 깬다면 수술을 하는 게 좋다. 길이 3~4㎝의 손목 터널 인대구조물의 위쪽을 째 넓혀주는 간단한 수술로 잘 아문다. 이상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손목터널증후군은 초기 증상이 미미하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통증이 만성화하거나 엄지손가락 근육위축으로 손가락을 벌리지 못해 큰 물건을 잡을 수 없게 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팔꿈치부터 팔뚝 안쪽을 지나 약지·새끼손가락까지 저리고 간혹 손가락이 얼음처럼 차가워진다면 주관증후군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팔꿈치 안쪽에 움푹 들어간 부위인 주관이 좁아져 이곳을 지나는 척골신경이 압박돼 발생한다. 팔꿈치를 구부리고 턱을 괴거나 책상에서 PC를 사용할 때, 통화할 때, 팔베개를 하고 잘 때 등 오랜 시간 팔꿈치가 굽혀 있거나 눌려 압박을 받아 생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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