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가운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달 31일 충남 예산군 리솜스파캐슬 덕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2018년 정기국회 대비 워크숍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비공개 설명을 마친 후 행사장을 빠져나오고 있다./연합뉴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소득주도성장 특강에서 ‘이론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요지의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이 소득주도성장론 공방으로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정책 당위성을 역설하며 내부 전열을 가다듬기 위한 자리에서 일부 의원들이 우려를 표한 것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20대 전반기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의원을 비롯해 이석현·박영선 의원 등 중진 의원 7∼8명은 당시 장 실장의 ‘소득주도성장 특강’이 끝나자 잇따라 질의에 나섰다. 소득주도성장 이론과 국민 경제 현실과는 차이가 크다는 조언이 골자였다. 특히 정 의원은 “(강연 내용이) 국민이 생각하는 체감도와는 너무 다른 이야기 아니냐. (청와대나 정부에서 말하고자 하는 걸) 국민에게 잘 알려 체감도 차이를 줄여야 한다”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장 실장은 민주당 의원 125명을 상대로 한 워크숍에 강연자로 참석해 소득주도성장론의 당위성을 역설한 바 있다. 구체적 데이터를 조목조목 제시하며 청와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유지를 재확인했다. 당시 그는 강연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아니라면 다시 과거의 정책 방향으로 회귀하자는 말이냐”면서 “대기업·수출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은 과거 압축성장 시대에 효용이 다했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어 야권의 비판을 의식한 듯 “경제 정책은 기획·입안에도 시간이 걸리고 실행에도 시간이 걸린다”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에 고통이 따르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경제구조와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는 ‘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정책 추진에 더욱 체계적이고 과감하게 속도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고용지표 악화 등으로 소득주도성장론이 궁지에 몰린 이유 중 하나가 대국민 홍보가 덜 됐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 의원은 “중진들을 중심으로 워크숍에서 나온 의견은 장 실장에 대한 질책보다는 조언이나 당부 성격에 가까웠다”면서 “소득주도성장론 자체를 선회해야 한다는 견해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 실장은 워크숍 강연 도중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갈등설을 염두에 둔 농담을 했으나, 일부 참석자들은 부적절하다고 여겨 불편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 실장은 혁신성장과 관련한 설명 부분에서 “언론에 따르면 이건 제 분야가 아니죠”라고 했다. 또 “(강연실이 더우니) 옷을 벗어야겠다. 그렇다고 그 옷을 벗겠다는 건 아니다”라는 하는 등 김 부총리와의 갈등설은 물론 한때 일었던 자신의 경질설과 관련해서도 뼈있는 언급을 했다고 한다.
/하정연기자 ellenah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