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롯데마트 전경. 최근 대기업들의 리츠 시장 진출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도 계열사인 롯데자산개발이 리츠 자산관리회사(AMC)를 설립해 그룹 내 쇼핑몰이나 호텔·임대주택 등 자산 유동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제공=롯데쇼핑
롯데그룹이 리츠(REITs) 시장에 진출한다. 신한금융그룹·NH농협금융그룹 등 대형 금융기관들에 이어 롯데처럼 자산이 많은 대기업까지 뛰어들면서 리츠 시장의 외연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부동산금융 업계와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계열의 부동산 개발회사인 롯데자산개발이 리츠 자산관리회사(AMC)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리츠 AMC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방향성이나 계획을 말하기는 이른 단계”라고 밝혔다.
리츠 업계에서는 롯데자산개발의 리츠 AMC 설립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쇼핑몰과 임대주택·호텔 등 롯데그룹이 보유한 자산이 많기 때문이다. 그룹 내 자산만 활용해 리츠를 설립하더라도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라는 브랜드가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만큼 향후 공모 상장 리츠를 설립할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기가 수월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그룹은 과거부터 리츠를 통한 자산 유동화에 관심을 보여왔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4년 보유자산을 활용해 싱가포르증권거래소(SGX)에 리츠 상장을 추진하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쇼핑(023530)의 18개 점포를 묶어 리츠 상장을 추진했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로 싱가포르 증시가 충격을 받자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을 우려해 상장 계획을 거둬들였다. 당시 롯데쇼핑이 한국이 아닌 싱가포르를 택한 것은 한국 리츠 시장의 규모가 크지 않고 성숙되지 않아 제대로 된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리츠 AMC 설립을 추진 중인 롯데자산개발뿐만 아니라 롯데건설도 내부적으로 리츠 AMC 설립을 검토한 바 있다.
롯데그룹이 리츠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최근 한국 리츠 시장의 분위기가 크게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와 대형 건설사·디벨로퍼 등이 잇따라 리츠 시장에 진출하면서 리츠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대형 금융지주인 신한금융그룹이 지난해 신한리츠운용을 설립했으며 NH농협금융그룹도 올해 초 NH농협리츠운용을 만들었다. 건설사 중에서는 대림이 2016년 대림에이엠씨를 설립했고 현대산업개발 계열의 자산운용사인 HDC자산운용도 리츠 AMC 인가를 받았다. SK그룹 계열의 부동산 개발회사 SK D&D도 지난해 말 리츠 AMC 디엔디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직접 리츠 AMC를 설립하지 않더라도 리츠를 활용해 그룹 내 자산을 유동화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이랜드가 대표적이다. 이랜드는 뉴코아 아울렛이나 그룹 내 유휴 부지를 활용해 임대주택리츠 등을 설립했다. 신세계그룹도 최근 하나자산신탁과 손잡고 울산에 위치한 이마트를 활용해 임대주택리츠를 설립했다.
지지부진했던 공모 상장 리츠 시장의 분위기도 180도 달라지고 있다. 신한리츠운용이 올 7월 진행한 ‘신한알파리츠’ 공모에는 총 1,140억원 자금 모집에 4,928억원의 돈이 몰리기도 했다. 최근 리츠 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들이 나타나면서 롯데그룹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리츠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패션그룹 LF가 대표적이다. LF는 국내 1호 리츠 AMC인 코람코자산신탁 인수에 나서 최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가진 대기업들의 리츠 시장 진출은 리츠 대중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리츠 도입 취지인 개인들의 대형 부동산 투자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유인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