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막이 붕괴로 땅꺼짐이 발생하여 주민들이 긴급 대피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 공사장의 인근 아파트 단지의 사고 현장에서 2일 오후 수습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연합뉴스
땅꺼짐이 발생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 공사장의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3일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구청의 전날 발표에도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다. 4일까지 서울에 50~10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면서 대다수의 주민은 불안감에 귀가를 거부하고 있다.
금천구청은 지난달 31일 사고 발생 직후 안전상 이유로 아파트 1개동 76가구 주민들의 귀가를 막았다가 사흘이 지난 2일 복귀해도 괜찮다고 발표했다. 구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까지 6가구가 귀가 의사를 밝혔다. 구청 관계자는 “의사만 밝히고 귀가하지 않거나, 들어갔다 바로 나오는 경우가 있어 복귀를 실제로 했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귀가를 거부하는 주민들은 인근 호텔에서 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귀가 결정이 내려진 해당 동 주민인 강모(50)씨는 “10월 말까지 이뤄지는 정밀진단이 끝나고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귀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밥도 못 해 먹고, 빨래도 못 하지만 주민들이 한뜻으로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이모(81)씨는 “불안한 마음에 집에 가지 못하다가 옷을 챙기러 처음 왔다”며 “친척 집에 머물고 있는데 다른 주민들과 함께 복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진모(83)씨는 “집에서 못 자고 호텔에서 자고 있다. 귀중품이랑 짐을 챙기러 집에 잠시 들렀다”며 “비가 오면 더 위험할 것 같은데 공사를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아파트 앞에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땅꺼짐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접수 중이다. 주민들은 물리적 피해와 더불어 정신적 피해도 호소했다. 정모(48)씨는 “사고가 날 때 놀라서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 허리와 손목을 다쳤다”며 “80대 이모도 충격을 받아 병원에서 검사 중이다. 심신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아파트 옆 오피스텔 공사가 사고의 원인이라며 ‘인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A(55)씨는 “이번 사고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공사 때문에 발생한 인재”라며 “아파트 옆 오피스텔 공사 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주장했다. 다른 동에 거주하는 B(39)씨는 “공사를 할 때 땅을 4~5층 이상으로 깊게 파는데 아파트와 너무 가까웠다”며 “사고 나기 전부터 수차례 구청에 항의했는데 묵묵부답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구청은 이날 땅이 내려앉은 곳에 흙을 메우고 방수포를 설치하는 등 복구작업을 실시했다.
/홍나라인턴기자 kathy948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