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캡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이야기를 담은 프로그램은 어떤 ‘그림’을 만들어야 할까.
지난 3일 방송된 SBS ‘동상이몽2 - 너는 내 운명’에 출연한 한고은이 시어머니의 선물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작은것에 행복해하며 서로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모습은 고부지간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의 목적을 되돌아보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날 방송에서 한고은은 ‘일어나면 농구장으로 오라’는 남편 신영수의 말에 체육관으로 향했다. 운동이 끝난 후 아주버님은 어머니가 챙겨준 각종 반찬을 듬뿍 건넸다. 한고은은 하나하나 열어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행복한 표정은 덤이었다.
아주버님의 휴대폰으로 시어머니께 전화를 건 한고은은 음식을 잘 받았다며 애교 넘치는 말투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시어머니도 저녁에 급하게 만들어 맛이 어떨지 모르겠다며 며느리의 말에 즐거워했다.
돌아가신 어머니께도 음식을 받아본 적 없다는 한고은은 “시어머니께서 반찬을 보내주시는게 따스하고 좋다”며 “항상 먹고싶은걸 이야기하라 하시는데 엄마 돌아가시고 난 부분을 시어머니께서 많이 채워주시는 것 같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그녀의 말은 “나도 엄마가 있구나”였다. 형식적인 인사에서 벗어나 음식을 주고 받으며 정을 건네는 모습은 그녀가 왜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는지를 잘 설명했다. 비록 포장된 예능 프로그램이라 할지라도 따스한 가족과 함께한다는 든든함에서 우러나는 행복한 표정은 ‘이거다’ 하는 감탄사를 자아내기 충분했다.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캡처
한편으로는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고부사이가 이렇게 좋아도 되는건가’ 하는 불필요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최근 등장한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그린 프로그램들이 한결같이 ‘갈등’에 초점을 맞춘 탓이었다. 한쪽은 무섭고, 한쪽은 당하기만 하는 구도에 익숙해진 탓에 작은 감동조차 의심해야 할 만큼 마음이 닫혀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난감했다.
최근 출연자의 하차로 논란을 빚은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유독 강도가 심하다. 아들만 아는,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와 주눅 들어 뒤에서 눈물만 흘리는 며느리. 드라마를 보듯 고정적인 ‘역할극’처럼 느껴지는 불편함은 시청자들의 몫이었다.
파일럿에 이어 정규편성된 초반만 하더라도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방송게시판과 기사 댓글들은 시부모에 대한 과도한 간섭과 일방적인 지시에 대한 비판이 다수를 이뤘다. 며느리들의 성토대회장 같은 분위기에 반론을 제기할 틈조차 없었다.
방송이 계속되면서 불편함은 의심으로 전환됐다. ‘저렇게 왜 사냐’는 이야기에 결국 출연자가 분노를 쏟아냈다. 파일럿부터 출연한 김재욱은 방송에서 논란이 됐던 부분에 하나하나 반박하며 “비혼장려 프로그램 암 유발프로그램. 참 많이 들었네요. 우리 집 때문이라고”라는 말로 에둘러 프로그램의 뒤바뀐 기획의도를 비판했다. 뒤이어 아내 박세미는 물론 다른 출연자들 역시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악마의 편집’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제작진은 기획의도를 “며느리에게만 강요되는 도리와 희생에 의문을 던지고, 불공평한 대우와 억압의 내용을 전지적 며느리 시점으로 풀어낸다”며 “서로 달랐던 이상한 나라에서 다름을 인정하고 비로소 행복의 나라로 가게 되는 이 시대의 진정한 가족 이야기”를 그리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상황만 보면 그냥 이상한 나라 이야기다.
MBC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캡처
지난주 방송에서도 일본인 며느리 시즈카에 “내가 딱 너를 봤을 때 여우 같이 생겼더라”고 말하는 시누의 이야기가 그대로 전파를 탔고, 댄서 마리가 준비한 시부모님의 리마인드 웨딩 자리에서 시어머니의 불편한 이야기가 공개됐다. 소이는 음식의 간을 두고 “남편이 먼저냐 아이가 먼저냐”는 핀잔을 들었다.
프로그램에서 불편한 이야기를 꺼내고자 했다면 마무리 역시 깔끔해야만 했다. 출연자가 일반인이기에 방송에서 그린 ‘그림’이 자칫 그대로 덧씌워지면 당사자는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출연자조차 “암 걸릴 것 같다”고 비판하는 프로그램의 틈에서 잠시 등장한 한고은의 행복한 표정이 오히려 이들의 기획의도와 더 맞다고 생각하는건 또다른 갈등조장일까.
/김진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