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슨 디섐보가 마지막 홀에서 플레이오프 2연승을 완성한 뒤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노턴=AP연합뉴스
브라이슨 디섐보(25·미국)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버전의 ‘남달라’다. 젊은 나이지만 사냥 모자를 즐겨 쓴다. 특히 유틸리티와 아이언, 웨지 클럽의 샤프트를 6~7번 아이언 길이인 37.5인치로 똑같이 만들어 사용한다. 클럽에 관계없이 모든 스윙을 동일한 플레인(면)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괴짜’ ‘필드의 과학자’라는 별명을 가진 그가 이제 개성보다 실력으로 조명받는 엘리트 선수가 돼가고 있다.
디섐보가 PGA 투어 플레이오프 2연승의 괴력을 발휘했다. 디섐보는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의 보스턴TPC(파71·7,342야드)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 델테크놀로지 챔피언십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정상에 올랐다. 2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14언더파)를 2타 차로 따돌렸다.
시즌 3승째로 플레이오프 대회에서만 노던트러스트에 이어 2승을 거뒀다. 플레이오프 1·2차전을 연속으로 제패한 것은 지난 2008년 비제이 싱(피지) 이후 두 번째다. 페덱스컵 랭킹 1위를 유지한 디섐보는 1,000만달러의 별도 보너스가 걸린 플레이오프 우승에 도전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포인트를 넉넉히 쌓은 그는 3차전 BMW 챔피언십 성적과 관계없이 최종 4차전 투어 챔피언십을 페덱스컵 1위로 시작할 수 있게 됐다. 2주 동안 벌어들인 상금만도 162만달러씩 약 36억원에 달한다. 4개 대회로 이뤄진 플레이오프는 3차전 BMW 챔피언십과 4차전 투어 챔피언십을 남겨놓고 있다.
디섐보는 2015년 미국대학스포츠(NCAA) 1부 챔피언십과 US 아마추어챔피언십을 석권하며 기대를 받았던 선수다. 이듬해인 2016년 9월 PGA 2부 투어 DAP 챔피언십 우승으로 2016-2017시즌 PGA 정규투어에 입성했다. 지난해 7월 존디어 클래식 생애 첫 승부터 14개월 동안 통산 4승을 거둔 기세가 무섭다. 세계랭킹은 12위에서 7위로 상승했다.
이날 선두 에이브러햄 앤서(멕시코)에 1타 뒤진 2위로 출발한 디섐보는 7~9번홀 3연속 버디 등 전반에만 4타를 줄여 일찌감치 우승을 예감했다. 그린 적중률 77.78%의 아이언 샷이 날카로웠고 특히 홀당 1.7개로 마무리한 퍼트가 우승의 열쇠가 됐다. 무명에 가까운 앤서가 2타를 잃어 공동 7위로 밀리면서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정상까지 질주한 디섐보는 “매주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페덱스컵 1위라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타이거 우즈(43·미국)는 타수를 줄이지 못해 공동 24위(7언더파)로 마쳤다. 버디 3개를 잡았지만 14번홀(파4) 보기에 이어 16번홀(파3)에서는 티샷을 물에 빠뜨린 끝에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우즈는 페덱스컵 랭킹 25위에서 변동이 없었다.
한편 100명이 출전한 플레이오프 2차전 결과로 일부 선수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오는 7일 개막하는 3차전 BMW 챔피언십의 정원이 70명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페덱스컵 92위에서 56위로 올라선 앤서를 비롯한 6명은 70위 이내에 진입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반면 6명은 70위 이내였다가 이번 대회 부진으로 3차전 진출이 좌절됐다. 61위였던 김민휘(26)도 이번 대회에서 75위에 그쳐 페덱스컵 72위가 되면서 분루를 삼켰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