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을 향한 네이버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자회사를 중심으로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 북미, 유럽 지역까지 사업 영역을 빠른 속도로 넓히고 있다. 네이버는 2개월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자회사에 투입한 자금만 1조3,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전 이사회 의장)의 ‘글로벌 퍼스트’ 전략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5일 IT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6월말부터 2개월여 동안 자회사에 무려 1조2,815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까지 범위를 넓히면 자회사 출자 규모는 1조4,450억원으로 늘어난다.
가장 많은 지원을 받은 주력 자회사는 일본의 라인(지분 72.9%)이다. 네이버는 라인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 7,517억원 규모를 인수할 예정이다. 라인의 총 자금조달 규모는 1조4,670억원(약 1,479억엔)으로 이 중 절반을 모기업인 네이버로부터 조달하는 셈이다.
라인은 동명의 모바일 메신저를 운영하며 일본과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2억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라인 메신저의 월간 실사용자 수(MAU)는 1억7,000만명에 달한다.
강력한 모바일 메신저의 힘을 기반으로 라인은 조달자금 중 약 1조원을 앞으로 3년 동안 핀테크(기술 금융) 사업 확장에 쏟을 예정이다. 이미 일본 내 1위 금융투자회사인 노무라증권과 ‘라인증권’을 설립해 모바일 기반 주식거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비트박스’라는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도 출시했다. 또 보험사와 자산운용사, 대출금융사도 3·4분기 내 일본 현지에서 설립할 예정이다. 대만과 태국에서는 현지 금융그룹과 합작 법인을 통해 간편결제 등 핀테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라인은 네이버와 AI 기술 개발을 위해 2021년 12월까지 약 5,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오는 12월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일본 도요타에 음성인식 서비스 ‘클로바 오토’를 탑재할 예정이고 디스플레이가 달린 AI 기기 ‘클로바 데스크’도 연내 출시한다는 전략이어서 대규모 연구개발(R&D)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다. 핀테크와 AI를 중심으로 한 사업 확대 계획은 신중호 최고글로벌책임자(CGO)와 고영수 라인페이 대표 등이 주도하고 있다.
네이버 이사회 의장직과 사내이사 자리를 내놓은 이 창업자는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 유럽에서의 사업 확장에 ‘올인’하고 있다. 네이버가 지난달 23일 프랑스 현지 법인 ‘네이버 프랑스 SAS(지분 100%)’에 2,589억원을 출자한 것도 이 의장의 ‘유럽 중시 전략’이 반영된 결과다. 네이버 프랑스 법인은 새로 유입된 자금을 바탕으로 AI 등 현지 첨단 기술 연구소를 인수합병(M&A)하거나 각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한석주 네이버 프랑스 SAS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프랑스가 아직 유럽의 AI 기술 본거지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기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장에서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북미 지역은 콘텐츠 자회사를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된다. 국내 1위 웹툰 플랫폼(기반 서비스) ‘네이버웹툰(지분 100%)’에 지난 1월 600억원에 이어 6월에 1,500억원을 출자한 것도 북미 지역에서의 웹툰 서비스 확장을 위해서다. 네이버웹툰의 ‘라인웹툰’은 북미 지역에서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MAU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북미 지역에 수시로 출장을 다녀올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기존 사업 경쟁력 유지와 새로운 성장 기회 모색을 위한 투자는 앞으로 지속할 계획”이라며 “이는 필수적인 부분인 만큼 당분간 공격적인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