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산 변압기에 대한 5차 연례재심을 진행 중인 미 상무부는 현대일렉트릭에 60.81%의 관세를 잠정 부과했다. 3·4차 재심 때 부과한 관세율과 같은 수준이다. 상무부는 한번 부과한 관세에 대해 매년 연례재심을 열어 덤핑 여부와 관세율을 다시 결정하고 있다. 다만 앞서 현대일렉트릭과 동일한 관세가 매겨졌던 효성에는 0%가 부과됐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종 판정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효성의 관세율이 대폭 떨어진 것은 반길 일”이라면서도 “현대일렉트릭에는 사실상 최고 수준의 관세를 유지하려는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상무부는 이번에도 ‘불리한 가용정보(Adverse Facts Available·AFA)’ 조항을 꺼내 들었다. AFA 조항은 기업이 조사에 충분히 협조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미 상무부가 자의적으로 관세를 매기는 조사기법이다. 앞선 조사에서 고율 관세가 부과될 때도 번번이 AFA 조항이 동원됐다.
예비판정 전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가 책정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한국의 행정법원 격인 국제무역법원(CIT)이 지난달 상무부의 행태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3차 재심을 검토하던 CIT는 상무부가 고율 관세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AFA 조항을 발동한 일부 근거가 부실하다고 봤다. 국제무역법원은 “상무부가 요구 사항을 명확히 하지 않은 탓에 현대중공업(분사 후 현대일렉트릭)이 정확한 자료를 제출할 수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상무부가 다시 한번 AFA를 발동해 관세 폭탄을 예고하며 상무부를 완전히 제어할 장치가 사실상 남아 있지 않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정 명령이 나오면 일시적으로 숨통이 트일 수 있겠지만 이번처럼 상무부가 다음 차 연례재심을 진행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뾰족한 수가 없다는 얘기다.
수출길이 막힌 현대일렉트릭의 남은 선택지는 현지생산 확대 정도다. 미국의 종잡을 수 없는 관세 판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시장용 제품의 생산거점을 현지로 옮기기로 했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생산물량을 늘리는 대신 한국에서 수출하는 물량을 줄일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지생산을 늘리더라도 부품 협력업체를 찾을 수 없으면 결국 부품을 한국에서 들여와야 하는데 이 경우 물류비가 발목을 잡는다”며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언제까지 갈지 종잡을 수 없으니 부담을 안고서라도 거점을 옮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