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의 4차 산업혁명] 8·30 규제개혁에 4차혁명 '물꼬'

<98> 데이터 족쇄풀기
공공정보 등 개방의 길 열어
스타트업 2배 정도 늘고
미래가치 연 50조 달할 것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2018년 8월30일은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의 물꼬를 튼 날이다.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데이터 고속도로의 걸림돌 제거를 위한 규제개혁을 대통령이 직접 선언한 것이다. 이로써 글로벌 스타트업의 70%가 불법인 나라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클라우드 트래픽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씻어낼 계기를 마련했다. 중국에 뒤처진 핀테크, 디지털 헬스케어, 웨어러블, 드론 등의 미래산업을 따라잡을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데이터족쇄풀기운동 등 수년간 줄기차게 노력해온 모든 분과 더불어 격하게 환영하고자 한다.

4차 산업혁명은 1, 2차 산업혁명이 만든 현실세계와 3차 산업혁명이 만든 가상세계가 융합하는 혁명이다. 두 세계의 융합에서 기술융합보다 가치융합이 훨씬 더 어렵다는 데 90% 이상이 동의한다. 소유의 현실과 공유의 가상세계 가치관 간의 갈등사례가 차량공유와 원격의료다. 물론 현실과 가상의 융합기술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융합보다 소유와 공유의 가치융합이 더 어렵다. 그동안 한국이 핀테크와 웨어러블 등 미래산업에서 중국에 뒤처진 것은 기술이 아니라 규제의 결과로 봐야 한다.


혁신성장의 필수요소인 규제개혁 중 최우선은 바로 현실과 가상을 연결하는 데이터 규제다. 데이터족쇄풀기운동은 개인정보·공공정보·클라우드라는 3대 규제개혁으로 구성됐다. 개인정보와 공공정보를 클라우드에서 활용하지 못하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은 구현이 불가능하다.

우선 ‘개인정보의 안전한 활용’이 국가 목표가 돼야 하는데 지금까지 한국은 안전하지도 않고 활용도 못하는 규제로 4차 산업혁명의 후진국이 됐다. ‘안전한 활용’을 위해 익명화된 개인정보의 활용은 촉진하되 재식별화를 통한 개인정보 침해는 가중징벌로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 현재의 사전규제에서 사후 가중징벌로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 혁신성장으로 가는 선진 규제개혁의 방향이다. 그리고 식별 가능한 개인정보의 통제권이 개인에게 주어지면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공공정보 활용은 선도국가들의 일관된 목표다. 영국은 이미 94%의 공공데이터를 민간 클라우드에서 개방, 공유하고 있다. 미국은 공공정보의 클라우드 퍼스트(cloud first) 정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클라우드 온리(cloud only) 정책으로 변경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국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보의 민간 클라우드 개방이 금지돼 있었다. 공공기관은 3등급 분류 중 개방 분류된 8%에 한해 민간 클라우드 개방이 허용되나 이조차 정보인증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비공개 원칙 하에 매우 제한적인 공공정보 개방이 지금까지 한국 4차 산업혁명의 걸림돌이 돼온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의 공공정보가 민간 클라우드에는 부재하고 민관 협력이 선도국가에 비해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8·30선언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중앙정부의 민간 클라우드 활용의 길을 연 것은 4차 산업혁명의 실질적 기폭제가 될 것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3년 내 공공정보 90% 개방을 위해 당장 모든 공공 부문의 데이터 분류작업이 시작돼야 할 것이다.

전국의 혁신도시에 흩어져 갈라파고스가 된 공공기관들에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워크의 길이 열리면 생산성은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 부문과 민간 간 협력으로 국가 생산성은 더욱 증대돼 무리 없는 52시간 제도 정착의 초석이 될 것이다. 공공 부문에서 100조원 이상의 가치창출이 기대된다.

8·30조치로 한국의 공공기관 생산성과 더불어 벤처스타트업이 2배는 증가할 것으로 추정한다. 70% 불법의 절반만 합법화되면 2배가 된다. 이로부터 기대되는 미래가치는 연간 50조원에 달할 것이다. 대기업의 가치 증대는 덤이다. 8·30선언으로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이 비로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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