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당 대표실에서 송영길(왼쪽), 김진표 의원에게 각각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 위원장,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 위촉장을 수여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전수전 다 겪은 카리스마 리더십=이 대표는 지난 1988년 13대 총선을 통해 원내에 입성한 이래 7선에 성공한 당내 최다선 의원이다. 특히 그는 스스로 “그동안 단 한 번도 선거에서 떨어진 적이 없다”고 말할 만큼 대선후보 경선 낙마 이후 불출마했던 18대를 제외하고는 30년 내내 선거 불패 신화를 이어왔다. 또 김대중(DJ) 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과 노무현 정부 때 국무총리를 지내며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도 쌓아왔다. 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확인된 친문 당원과 대의원들의 고른 지지는 강한 여당 대표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다. 30여년의 정치 경력답게 청와대와 정부·여당·야당에 골고루 포진해 있는 인적 네트워크도 강점으로 꼽힌다.
◇강성·불통 이미지, 협치 걸림돌=이 대표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별명 중 하나는 ‘버럭 총리’다. 국무총리 시절 야당 의원들과의 거친 설전도 마다하지 않던 모습 때문에 그에게는 여전히 강성 진보의 이미지가 남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취임 직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등 보수야당과의 협치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정치적 목표로 내건 ‘민주당 집권 20년 플랜’은 야당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는 또 다른 빌미가 되고 있다. 당내 4선의 송영길 의원마저 “이 대표에게 직접 전화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던 내부 소통 부재 문제도 핸디캡으로 지목된다.
◇당청 복원, 한반도 훈풍을 기회로=취임한 지 이제 열흘을 갓 넘겼지만 ‘이해찬 체제’ 출범 이후 당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당 안팎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정권교체 이후 줄곧 청와대에 끌려다니며 여당으로서의 존재감을 상실했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이 대표 취임 이후 민주당은 예산이나 부동산 문제 등 정부 정책에 대한 소신 발언을 잇따라 이어가고 있다. 이를 통해 당정청 관계의 주도권을 잡게 될 경우 정책의 입안부터 시행 과정에서 여당 대표의 ‘그립’이 한층 강력해질 수도 있다. 남북관계 개선 등 여당에 유리한 호재와 더불어 노무현 정부 당시 함께 손발을 맞췄던 야당 대표들과의 인연도 정국을 이끌어가는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
◇민생경제 악화가 발목 잡을 수도=이 대표가 6년 만에 당 대표로 돌아왔지만 민주당이 처한 환경은 녹록지 않다. 역대 최악의 고용 쇼크 등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데다 부동산시장 과열 조짐까지 불거지면서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전주 대비 2.3%포인트 내린 52.9%로 5주째 하락세를 이어갔고 민주당 지지율은 40% 아래로 떨어졌다. 리얼미터는 “정치권과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경제악화·경제정책 강공’이 장기화하고 지난주에 이어 집값 급등, 부동산대책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당내에서는 부동산과 실업 등 경제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지 못할 경우 오는 2020년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정치지형이 여소야대의 다당제 구도로 바뀌면서 여당 대표의 협상력이 약화된 점도 이 대표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다.
/김현상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