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1만9,206대로 전달(2만518대)보다 6.4% 감소했다. 지난 4월 이후 다섯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디젤 차량의 판매 부진이 두드러졌다. 지난달 수입 디젤차는 7,984대가 팔려 전년 동기보다 6.7%(575대) 줄었다.
디젤 차량의 판매가 부진한 사이 가솔린 차량은 약진이 돋보였다. 지난달 가솔린 차량의 판매량은 9,425대로 지난해 8월보다 37.9%나 늘었다. 점유율은 49.1%로 디젤차(41.6%)를 크게 앞섰다.
이는 대표 디젤 차량인 BMW 520d의 몰락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8월 BMW 520d의 판매량은 107대로 7월(523대)보다 79.5% 감소했다. 5월과 6월만 해도 수입차 판매 경쟁에서 선두를 다투던 모델이 이제는 10위권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미 국산 자동차 시장은 가솔린 모델로 재편되는 모습이다. 그랜저 등 세단의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가솔린 모델의 점유율(승용 기준)은 약 50%로, 35% 수준에 그치는 디젤을 여유 있게 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산차뿐만 아니라 수입차 시장에서도 디젤 차량이 주도권을 잃어 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디젤게이트 파문으로 판매가 중단됐던 아우디폭스바겐이 대대적인 할인을 앞세워 판매량을 늘린 점을 생각한다면 실제 디젤 차량의 점유율 하락세는 더욱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수입차의 시장 상황은 ‘디젤 천하가 막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에 힘을 더하고 있다. 디젤 차량은 2010년대 초만 하더라도 연비와 친환경성을 모두 잡은 ‘클린 디젤’ 바람을 타고 국내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하지만 2015년 폭스바겐이 소프트웨어로 연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2015년 68.8%까지 치솟았던 수입차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7.2%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BMW ‘화차(火車)’ 논란은 기름을 부었다. 520d 논란으로 BMW는 한국에서 10만6,000대 리콜을 결정한 데 이어 유럽에서도 32만3,700대 규모의 리콜을 실시하기로 했다. 정부의 각종 규제까지 덮쳤다. 이달부터는 디젤차에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이 적용된다. 기존의 유럽 연비측정방식(NEDC)에 비해 시험조건이 강화하면서 인증을 받기가 더욱 까다로워졌다. 이미 미국·일본과 같이 디젤 승용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커지고 있다. 수입차의 디젤차량 판매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수입차 업계의 관계자는 “아우디가 가격 공세로 디젤차 점유율 감소세를 가리고 있지만 앞으로가 관건”이라면서 “디젤 차량이 가솔린보다 승차감도 떨어지는데도 연비 때문에 인기를 누려왔는데 가솔린 차량의 연비도 좋아진 만큼 이전의 지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