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 키우는 교수들, 사법농단 대법관들 사퇴 요구해야"


현직 법학 교수가 미래 법률가를 키우는 동료 교수들에게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농단 사태를 바로잡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자고 촉구했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일 새벽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법학 교수님께, 간곡히 한 말씀 드립니다’는 글을 올렸다. 박 교수는 사법농단 사태의 본질을 ‘재판거래’로 규정하고 “이런 일은 우리 헌정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과거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선 판사들이 외압을 받아 양심에 반한 재판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법원이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관의 양심을 팔아 권부와 거래한 적은 없었다”고 썼다. 그는 이어 “이것은 권력분립과 법관의 독립을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을 유린한 헌법파괴 범죄”라며 “법원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재판에 대한 신뢰는 연기처럼 사라졌다”고 개탄했다.


박 교수는 이러한 사태를 두고도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사건의 백분의 일도 안 되는 사건에선 득달같이 달려들어 국정조사와 특검카드를 빼들었던 국회의원들은 도대체 어디에 간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또한 문제의 진원지인 법원과 법관들도 성토했다. 그는 “양승태 시절 임명된 대법관들은 여전히 법대를 지키고 있고, 영장전담법관들은 검찰이 청구하는 압수 수색 영장을 열에 아홉 기각하는 사태를 벌리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전국의 수천 법관들은 조용하다. 관련 대법관들 물러나라는 소리 한 번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언론에 대해서도 “몇몇 진보언론을 빼고는 대부분 언론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도를 하고 있다”며 “헌정유린 사태를 이렇게 술에 물탄 듯 물에 술탄 듯 보도해도 되는 것이냐”며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동료 교수들에게도 쓴 소리를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법과 정의를 가르치는 법학교수라면, 더욱 내일의 법률가를 키우는 로스쿨 법학교수라면, 밤잠을 자기 힘든 상황”이라며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면 우리 제자들 앞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라고 썼다. 또 “어느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이 문제를 가지고 의견 표명을 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며 ”도대체 미래의 법률가들을 이렇게 만든 것이 누구인가”라며 자성을 촉구했다.

글 말미에서 그는 동료 교수들이 다함께 목소리를 내자고 촉구했다. 그는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법원은 수사에 협조하라, 관련 대법관들은 즉각 사퇴하라, 재판거래로 피해를 본 당사자들에게 다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법을 제정하라, 이런 요구를 우리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이런 모습을 법과 정의를 갈망하는 학생들에게, 미래의 법률가가 되겠다고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그리하여 그들이 법률가의 사회적 책임이 무엇인지 깨달으면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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