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발견의 시대]4차 산업혁명, 찬란하고 쓸쓸했던 르네상스를 닮았다

■이언 골딘·크리스 쿠타나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인류는 14~16세기 서유럽을 중심으로 한 르네상스 운동을 통해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이탈리아가 나은 천재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예술·과학·의학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탁월한 업적을 남겼고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미지의 대륙인 아메리카를 개척하며 세계사의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했다.

‘발견의 시대’는 과거 르네상스 시기를 돌아보며 오늘을 진단하고 인류의 미래를 모색한다. 저자인 이언 골딘은 세계은행 부총재, 유럽부흥개발은행 수석 경제학자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옥스퍼드대 정치학 박사 출신으로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컨설턴트로 일한 이력이 있는 크리스 쿠타나가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저자들은 4차 산업혁명의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현재의 모습은 르네상스 운동이 한창이던 500년 전과 여러모로 비슷하다고 분석한다. 먼저 천재들의 전방위적인 출몰. 르네상스 시기 다빈치·코페르니쿠스와 같은 천재들이 세상의 바꿨듯 오늘날에도 인공지능(AI)·생명공학·자율주행차 등의 분야에서 압도적인 재능을 보유한 이들이 나타나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히고 있다.

발전을 도모하는 기회 요소만큼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는 점도 두 시기의 공통점이다. 인류가 전에 없던 문명을 창조했던 르네상스 시기에는 40만명이 넘는 노예들이 아프리카에서 유럽 강대국으로 팔려 갔다. 유럽과 아시아를 아우르는 광대한 영토 곳곳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전쟁이 벌어졌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세계 시민들은 폭탄 테러와 마약 범죄, 환경 오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저자들은 기회·위험 요인을 함께 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르네상스 시기를 비교하면서 어깨가 축 쳐지는 비관론에 빠지지는 않는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천재들의 개성을 수용하고 폭력으로 얼룩진 범죄의 기운을 억누른다면 희망으로 가득한 ‘발견의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2만2,000원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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