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이땅에 정의를]1974년, 힘겹게 피워낸 정의의 기록

■한인섭 대담, 창비 펴냄


“우리는 인간의 위대한 존엄성과 소명을 믿는다.”


1974년 9월 함세웅 신부는 동료 사제들과 모임을 만들고 이렇게 시작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한다. 유신헌법 철폐와 민주헌정 회복 등을 요구한 그 선언문은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시작을 함께 알렸다. 이후 숱한 민주화운동의 현장에서 정의구현사제단과 함께해 온 함세웅 신부의 ‘시대증언’이 ‘이 땅에 정의를’이라는 제목의 대담집으로 출간됐다. 현대사 주요인물의 삶을 집대성해온 한인섭 서울대 교수가 지난 2013년 초부터 6개월간 나눈 대담이 토대를 이뤘다.

일제치하이던 1942년에 태어났고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던 유순한 꼬마가 사제가 됐다. 폭압과 위기의 순간에 늘 “당신의 정의를 이 땅에 세워주십시오”라고 기도한 그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민청학련과 인혁당사건의 조작을 밝혀냈으며, 동일방직과 YH의 노동자들을 성당의 품에서 지켜냈다.

함 신부는 서문에서 “사제는 모름지기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가톨릭의 기본 정신”이라며 출간을 망설였음을 고백하면서도 “증언과 공유의 또다른 요구, 즉 증언은 순교의 뜻을 지니고 공유는 나눔이라는 공동체의 기본 덕목이기에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3만5,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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