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 때는 1979년이다. 불필요하게 묶인 그린벨트를 풀어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반대가 거셌다. 환경단체가 제기한 소송에서 국가가 승리하면서 이때부터 수도권 그린벨트가 순차적으로 풀리게 된다. 여기에는 그린벨트 지정에 따라 재산권 제약을 받아온 주민들의 목소리도 작용했다.
그린벨트가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한 것은 노태우 대통령 때부터다. 노태우 정권 때 개발제한구역 내 공공건물 및 체육시설 설치, 건축물의 신축·증축을 일부 허용하는 등 규제를 완화했다. 아울러 주택 200만가구 건설을 내세웠다. 분당·일산·산본 등 1기 신도시 조성을 위해 그린벨트가 대거 해제됐다,
이후 그린벨트 해제는 더욱 속도를 내게 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그린벨트 해제 공약을 전면에 내세웠다. 김대중 정부 때 그린벨트 내 근린시설 신축 허용은 물론 춘천·청주·제주 등 7개 중소도시권역은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했다. 수도권과 부산·대구 등 나머지 7개 대도시 권역도 부분 해제했다.
집값이 상승하자 노무현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를 서울 지역으로 확대됐다. 노무현 정부 당시 국민임대주택 건립을 목적으로 해제된 서울 내 그린벨트는 약 3.47㎢다. 2005년 송파구 마천동 일대 21만4,785㎡를 시작으로 강남구 세곡동 일대, 양천구 신정동 일대, 마포구 상암동 일대, 중랑구 신내동 일대, 강동구 하일동 일대, 서초구 우면동 일대 등 2.6㎢가 해제됐다. 이어 2006년과 2007년 구로구 천왕동 일대와 중랑구 신내동 일대 역시 국민임대주택 건립을 목적으로 그린벨트에서 풀렸다. 위례신도시에 포함되는 송파구 거여동, 장지동 일원의 그린벨트 해제는 2008년에 이뤄졌다. 세금과 거래 제한으로 수요를 막고 재건축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서울 지역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대규모 공급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그린벨트 해제 정책은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도 계속됐다.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지구 선정을 위해 해제한 서울 내 그린벨트 규모는 약 5.0㎢다. 2009~2010년 강남구 자곡동·세곡동·수서동 일원을 비롯해 서초구 우면동·내곡동·원지동 일원 등 강남권 그린벨트 2.5㎢가 해제됐다. 강동구 고덕동·강일동·상일동 일원 147만㎡ 역시 2012년 서울고덕강일보금자리지구를 만들기 위해 그린벨트에서 풀렸다.
박근혜 정부 때는 뉴스테이가 핫 이슈가 됐다. 그린벨트 전수조사를 통해 보전가치가 적은 지역을 해제했다. 2015년 6월에는 중앙정부가 진행하던 그린벨트 해제를 30만㎡ 이하 중소형 규모에 대해서는 각 지자체장이 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다. 잠잠했던 그린벨트 해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서울 집값이 고공행진을 보이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