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잠행했던 황교안(사진) 전 국무총리가 오랜 침묵을 깨고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수필집 ‘황교안의 답(청년을 만나다)’을 발간한 황 전 총리는 7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최근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보수층 지지도 1위를 기록하며 차기 대권 주자로 급부상한 탓에 이번 출판기념회가 황 전 총리 정치 행보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무성하다. 이미 정치권 안팎에서는 김병준 비대위가 막을 내리는 내년 초 그가 자유한국당 당권에 도전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황 전 총리는 ‘전대 등판설’에 말을 아꼈지만 정계 입문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당권 도전 의향에 대한 질문에 황 전 총리는 “이미 비대위 구성도 다 됐는데 당권에 도전할 계기가 없지 않느냐. 다른 기회가 되면 이야기하자”고 답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으며 정치활동 재개에 대한 여지를 남긴 셈이다. ‘보수의 잠룡’답게 “보수에 대해 의미가 왜곡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보수를 향한 애정도 피력했지만 “아직 보수진영 평가를 말할 때는 아닌 것 같다”는 신중한 태도도 보였다. 황 전 총리는 이번 출판기념회가 정치활동의 포석으로 비쳐지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였다. 그는 “(이번 행보에 대한) 오해들이 많다”며 “책은 청년들의 소통을 기록한 것이다. 그렇게 봐달라”고 전했다. 책을 펴낸 출판사 ‘여운’ 측도 이번 행사의 취지가 ‘인사말을 겸해 출판기념회에 오신 분에게 책을 쓰게 된 취지나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느냐에 대한 내용을 설명하는 정도’라고 조심스레 밝혔다.
책 ‘황교안의 답’은 황 전 총리가 청년 세대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에 대한 그의 생각을 담았다. 황 전 총리는 책 첫 장에 “새벽이슬 같은 우리 청년, 이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향해 힘차게 달려가겠다”고 적으며 청년들을 향한 관심과 애정을 표했다. 대담 형식을 빌려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실었다. 특히 ‘적폐청산’을 두고 “지난 정부에서 기울인 모든 노력이 소위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하에 쓸려가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이는 특정 정부를 넘어 궁극적으로 나라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한 백만 공무원에 대한 매우 부적절한 평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를 지냈고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한 바 있다. /양지윤·송주희기자 y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