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국민연금의 재정 소진을 막기 위해 보험료율을 올리고 납입기간을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발표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민연금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불만이 들끓고 있다.
국민연금이 위기를 맞게 된 원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기금 고갈에 대한 불안감이다. 지난 1998년 이후 5년마다 국민연금기금이 몇 년도에는 소진될 것이라는 보도가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면서 젊은 계층이 자신들은 보험료만 내고 연금은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갖게 됐다. 두 번째 원인은 국민연금이 ‘반쪽 연금’이 됐다는 사실이다. 국민연금은 그간 두 차례의 제도 변혁이 있었다. 그 결과 소득대체율은 당초 70%에서 현재 45%로 낮춰졌다. 세 번째 원인은 군인연금·공무원연금·교직원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에 비해 연금 급여 수준이 낮아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30년간 있었던 연금개혁 과정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은 급속히 낮아진 반면 특수직역연금은 기금이 소진된 상태에서도 크게 낮아지지 않아 지금은 소득대체율이 62%대45%라는 큰 격차를 보이게 됐다.
필자는 1986년 국민연금 설계를 주도했고 1995년에는 농촌 지역 확대로 전 국민 연금화를 추진하는 등 국민연금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위기에 처한 국민연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장단기 개혁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국민연금법에 지급 보장을 명기함으로써 연금기금이 고갈돼 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젊은 층의 불안을 불식시켜줘야 한다. 국민연금은 도입 당시부터 국가 지급보장을 당연시했으나 이러한 조항을 법에 명시하지 않아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게 됐다.
둘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전주에서 서울로 이전해 기금 운용이 우수한 전문인력에 의해 높은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간 서울에 있던 기금운용본부를 전주로 이전해 많은 우수 인력이 그만두었다. 현재 본부장을 비롯한 주요 자리가 공석임은 물론 투자 수익률도 최근 크게 하락했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은 매우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더해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전문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 기금 운용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여야 할 것이다.
셋째, 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특수직역연금과의 격차를 해소해 궁극적으로 이들을 통합한다는 원칙을 확고히 함으로써 국민연금 가입자의 상대적 박탈감을 원천적으로 해소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특수직역연금에서 퇴직연금을 별도로 분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또한 기초연금이 없는 상황에서 설계된 국민연금에는 소득 재분배 기능이 강하게 내재화돼 있어 기초연금이 도입된 지금은 국민연금을 특수직역연금과 같이 ‘소득비례 연금화’하는 작업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넷째, 이러한 개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정하는 것인데 향후 특수직역연금과의 통합을 위해서는 소득대체율이 50%는 돼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과도 일치한다. 이를 위해서는 보험료율의 단계적 인상이 필수 과제이나 국민연금은 앞으로 상당 기간 많은 적립금이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보험료율 인상은 장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하면 될 것이다.
다섯째, 국민연금은 이른바 ‘다층 노후소득 보장체계’의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국민연금 개혁안은 종합적인 노후소득 보장 방안의 전면적 개혁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기초연금은 전 국민이 가입하는 정액제로 변경하고 국민연금은 소득비례연금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 또한 대기업에서만 운용되는 퇴직연금은 그 기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확대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개인연금 역시 부담 능력이 있는 계층에만 한정돼 있어 중·저소득층에도 확대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하는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다뤄 종합적으로 개선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노후소득보장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에 새로 구성·운영할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