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서울경제신문이 질병관리본부(KCDC)의 ‘2018년 국내 메르스 대응지침’을 되짚어보니 해당 질환과 관련해 격리 조치 등을 취해야 하는 ‘밀접접촉자’의 기준이 감사원의 문제지적에도 불구하고 3년 전 메르스 대란 당시의 수준에서 대동소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6년 감사원은 감사 결과 기존의 메르스 대응지침상 밀접접촉자의 범위가 ‘환자와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사람’으로 좁게 설정됐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범위가 좁게 설정됨에 따라 2015년 5월 메르스 대란 당시 1번 환자와 평택성모병원 엘리베이터에서 접촉했던 환자 등 48명이 관리 대상에서 누락됐으며 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게 감사원의 진단이었다. KCDC는 올해 6월까지 여러 차례 메르스 대응지침을 개정했으나 감사원의 지적사항은 크게 반영되지 않았다. 밀접접촉자의 기준 중 ‘1시간 이상 접촉’이라는 부분만 빠졌을 뿐 여전히 ‘환자와 2m 이내에 머문 경우’ 등을 밀접접촉자로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정보통신 업계가 지난 몇 년간 협력해 구축했던 스마트 검역 시스템이나 긴급재난문자 시스템도 이번 2차 메르스 국내 상륙 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스마트 검역 시스템은 휴대폰 사용자의 위치정보를 활용해 그의 이동동선을 파악하고 메르스 위험지역 체류나 경유 여부 등을 사전에 국내 검역당국과 의료기관이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빅데이터 기술 등까지 가미되면 중대 감염 질환과 관련해 의심 환자 및 확진 판정자에 대한 초동대응을 가능하게하고 신속한 역학조사를 도와 사태 조기 해소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정부는 특히 2015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등에 근거해 휴대폰으로 메르스 격리 대상자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이달 7일 입국해 8일 확진 판정을 받은 메르스 환자 A씨는 국내 공항 검역대를 무사통과해 삼성서울병원을 자의로 방문하는 과정에서 해당 병원 측이 스마트 검역 시스템을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환자 A씨가 택시로 이동하던 도중 병원 의료진에 전화로 중동 지역을 다녀왔으며 설사 등의 증상이 있었음을 설명해 삼성 의료진이 메르스 발병을 의심하고 응급실에서부터 격리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8일 A씨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밀접접촉자와 일반접촉자가 4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으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긴급재난문자는 관련 사항을 전혀 공지하지 않았다.
다행히 이번 메르스 사태는 초기 혼란이 3년 전만큼 크지는 않았으나 사태 진정 후 시스템이나 인적인 문제는 없었는지 냉철하게 감사 등을 진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3년 전 메르스 대란을 겪은 후 감사원이 이듬해 감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적지 않아 앞으로는 보다 책임을 분명히 가리고 엄중히 문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감사 결과는 39건에 대해 지적사항이 있었으나 이 중 징계 요구를 받은 것은 8건에 그쳤다.
한편 이번 메르스 재발과 관련해 환자 A씨가 국내 입국 전 부인에게 공항에 마중 나올 때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감염 여부를 사전에 인지한 게 아니냐는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만약 사실로 확인될 경우 발병자가 스스로 질환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숨길 경우를 상정해 검역당국이 보다 ‘능동적’으로 관련 정보를 사전·사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