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창]조심스러운 주식시장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

주식시장이 거래량이 감소하고 방향성도 잃은 상태로 등락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개별 종목별 이슈에 따라 변화를 보이는 종목 장세가 최근 주식시장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말 2,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9월 초에 발효할 것이라고 주장한 후 더욱 확대됐다.

시장참여자들은 6일 미국 무역대표부가 공청회 결과를 제출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이르면 이날 중국 제품에 대해 관세 발효를 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 일부에서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 실제적인 관세 발효보다는 일정이 발표되거나 시장에 영향력이 크지 않은 일부 품목만 발효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결국 시장이 우려했던 6일, 7일에도 발효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발효를 언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무역대표부가 이번주에 관세를 발효할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은 대부분 중간재와 소비재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기업들의 투입비용이 상승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미국의 상공회의소와 전미소매협회 등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 부과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제출하고 있다. 현재 일부 투자은행들은 관세 발효 시 S&P500 기업들의 내년 주당순이익(EPS)이 10% 이상 둔화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이 다른 나라들과 달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실적이 크게 개선된 데 있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0.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에는 기저효과로 인해 증가폭이 감소한 10.3%의 증가가 전망된다. 그러나 2,000억달러에 달하는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발효할 경우 오는 2019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6% 둔화된다. 이는 미국 증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며 본격적인 미국 증시에 대한 차익매물 출회 가능성을 높인다. 미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2,000억달러 관세 발효에 대해 반대를 언급하는 이유라 할 수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정부가 섣부른 관세 발효를 단행함으로써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가져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정부는 관세 발효 일정 발표 또는 일부 품목만 관세 발효에 그칠 것으로 예상한다.

결국 어떤 방식이든 협상을 통해 미국과 중국 정부는 무역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한다.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미국과 중국 모두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한국 주식시장도 극단적인 사태를 감안하기보다는 협상을 통한 사태 해결에 주목하고 시장에 대응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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