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림프종팀을 이끌고 있는 조석구(가운데) 림프·골수종센터장이 팀원 등과 자리를 같이 했다. 왼쪽부터 기윤희 간호사·허숙 간호사, 민경일 전공의, 조 센터장, 민기준 임상강사, 김경안 전공의, 전영우 임상조교수./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림프종은 현미경으로 관찰한 모양과 병리학적 특성 등에 따라 60여개 유형으로 분류된다. 온 몸에 그물처럼 퍼져 있는 림프절은 물론 뇌·위·폐·신경·골수·생식기관 등 각종 장기와 조직을 가리지 않고 침범하는 경우가 많고 순한 암, 독한 암이 혼재한다. ‘천의 얼굴’을 하고 있는 만큼 여러 진료과목 의사들이 유기적으로 참여하는 다학제 협진과 맞춤형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성모병원 림프·골수종센터 림프종팀은 지난 2009년부터 매주 수요일 오전 6~7개과 의사 7~10명이 환자 앞에서 그의 상태를 진단하고 최적의 치료방법을 모색하는 다학제 진료를 해왔다. 건강보험에서 다학제 진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기 훨씬 전부터 혈액내과(림프종팀), 소화기내과, 피부과, 안과, 영상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등 다양한 의료진이 환자의 병변에 따라 맞춤형으로 참여한다. 9년여 동안 다학제 진료를 받은 환자만 2,600명쯤 된다.
다른 병원에서 ‘미만성 거대B세포 림프종’으로 치료를 받다 이 곳으로 옮긴 A씨는 당초 위에서 림프종이 발견됐다. 이 질환은 위장 점막 아래층의 림프조직에서 시작돼 점막층을 침투하는 경우가 많지만 갑상선·눈·구강·폐 등 다양한 부위에서 발생한다. A씨는 서울성모병원 다학제 진료 중 영상의학과·핵의학과 교수가 “폐 영상이 이상하다”는 의견을 내 자세한 검토 결과 암이 폐까지 침범했음을 확인했다.
위암인줄 알았는데 조직검사를 해보니 림프종이라거나 같은 림프종이라도 세부 유형, 병기가 달라지는 일도 흔하다. 어떤 약을 쓸지, 방사선치료는 언제 하는게 좋은지, 연구 중인 신약을 과감하게 써야 할지 등 맞춤형 치료전략도 중요하다. 림프종은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에게 많이 발병하는데 고용량 항암제, 조혈모세포이식 등 고강도 치료를 하기 어려운 경우 편의성·순응도 높은 먹는 항암제를 선택하기도 한다.
림프종팀은 혈액내과 의사 3명과 전문간호사 2명으로 꾸려져 있다. 팀을 이끌고 있는 조석구 센터장은 “항암제 치료가 듣지 않거나 재발하면 조혈모세포 이식 등 다른 치료법으로 신속하게 전환할 수 있는 노하우와 협진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장점은 팀이 속한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이 림프·골수종센터 외에도 이식·협진센터, 급성 백혈병센터 등 총 6개 센터로 구성돼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혈액병원은 세분화된 전문적 치료와 오랜 노하우로 의료계에서 ‘혈액암의 4차병원’으로 통한다. 조혈모세포 이식의 경우 1983년 국내 처음으로 성공을 거뒀고 지난해까지 단일기관으로는 세계 최초로 7,000건을 돌파했다. 국내 전체 조혈모세포 이식의 17%, 동종(同種) 조혈모세포 이식의 31%가량을 담당하고 있다
조 센터장은 “림프종 신규유입 환자가 해마다 20% 이상 증가하고 있는데 다른 병원에서 재발 환자를 전원 의뢰한 경우가 많다”며 “림프종으로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는 환자도 연간 50명을 넘는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서울성모병원 림프종 다학제 진료팀 의사들이 환자(뒷모습)의 상태를 진단하고 최적의 치료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