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말로만 협치, 행동은 다른 靑


정치부 이태규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초 청와대 정무라인의 한 관계자는 사석에서 “야당에 진심으로 대하겠다”고 말했다. 아무리 작은 사안이라도 협조가 필요하면 일일이 각 당을 찾아가고 상대보다 더 허리 숙여 인사하며 다가가겠다고 했다. 여소야대의 어려운 현실 속에 진심을 다한다면 협치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각오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초심도 잊히는 것일까. 최근 청와대의 태도를 보면 처음과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10일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 국회의장단과 각 당 대표들을 초청했고 보수야당은 거절했다. 심지어 ‘친문’으로 분류되는 문희상 국회의장도 거절하고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에 따르면 청와대는 9일 문 의장을 통해 방북에 동행해달라는 요청을 간접적으로 했고 거절할 의사를 밝혔음에도 10일 일방적으로 공개 동행을 요청했다. 회담 일정이 촉박하다지만 최소한 각 당을 직접 찾아가 요청하는 게 먼저이지 않았을까.

11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국회로 간 판문점 선언 비준안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판문점 선언에는 많은 예산이 들어가니 비용추계서를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청와대는 비준만 압박하다 판문점 선언이 나온 지 138일이 지나서야 제출하고 남북회담 전에 비준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선언에는 북한의 철도, 도로 건설 등이 들어가 있고 여기에는 결국 혈세가 투입될 수밖에 없으니 국회가 비용추계서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국회를 협치 상대로 여긴다면 먼저 국회의 요구를 들어주고 비준을 요청하는 게 순서 아니었을까.

임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각 당 대표를 두고) 언론은 ‘올드보이의 귀환’이라 폄하했지만 그렇게 만은 생각지 않는다”며 “당리당략과 정쟁으로 어지러운 한국 정치에 ‘꽃할배’ 같은 신선함으로 우리에게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도 자신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원로급 중진들의 결단을 기대하기에 앞서 국회를 설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말이다.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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