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운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이 1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권고 이행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에 비판적인 예술가와 단체를 지원에서 배제하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현직 공무원과 전직 공공기관장 등 총 7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과장급 이상 간부를 포함한 12명에 대해서는 자체적으로 ‘주의’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문체부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의 정부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블랙리스트 책임 규명 권고안에 대한 이행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민관합동기구인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지난 6월 수사 의뢰 26명, 징계 105명 등 총 131명에 대한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권고안을 문체부에 제출한 바 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이행 계획은 문체부 검토 대상인 68명(수사 의뢰 24명, 징계 44명)에 대한 법리 분석 결과다.
문체부는 우선 수사 의뢰 권고자 24명에 포함된 문체부 소속 12명 중 4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수사 의뢰 권고자 중 문화예술단체로부터 이미 고발된 1명을 포함하면 문체부 소속 수사의뢰 대상자는 5명이다. 문체부는 이 가운데 현재 재외 문화원장으로 해외에서 근무 중인 3명을 외교부와의 협의를 거쳐 국내에 소환하기로 했다. 아울러 문체부 소속이 아닌 수사 의뢰 권고자 중 전직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장(영화진흥위원회·한국문화예술위원회) 2명도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문체부의 수사 의뢰 대상자는 총 7명으로 확정됐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실명이 적시된 명단을 공개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징계 권고를 받은 44명의 경우 문체부는 우선 10명의 과장급 이상 간부에 대해 주의 처분을 하기로 했다. 수사 의뢰 권고자 중 2명도 주의 조치하기로 하면도 주의 처분 대상자는 총 12명으로 결정됐다. 주의 처분은 통상 관가에서는 ‘경징계’에도 해당하지 않는 낮은 수준의 조치로 본다. 문체부는 또 사무관급 이하 중하위직 공무원 22명에 대해서는 윗선의 지시를 이행할 수밖에 없는 실무자였던 점을 감안해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는 보직 이동으로 갈음하기로 했다. 44명 중 과장급 이상이 22명인데 이 중 4명은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라 이미 주의 처분을 받았고 5명은 퇴직한 상태다. 문체부 관계자는 “퇴직자에 대해 수사 의뢰는 할 수 있지만 자체 징계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가 조치를 권고한 131명 가운데 문체부 검토 대상(68명)을 제외한 나머지 국정원, 지방자치단체,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등에 속한 공무원과 임직원의 경우 해당 기관에서 이달 말까지 권고 사항 이행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날 문체부의 이행 계획이 발표되자 정부에 권고안을 전달했던 진상조사위 측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진상조사위 제도개선위원장을 맡았던 이원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은 “솜방망이 처벌이자 셀프 면책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다”며 “44명의 징계 대상 권고에도 불구하고 주의 조치를 받을 직원이 12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동의할 국민과 예술인이 있을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성운 문체부 대변인은 “진상조사위의 권고안을 토대로 신중한 법리 검토를 거쳐 내린 결론”이라며 “블랙리스트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리며 재발 방지를 위해 앞으로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