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학 연세대 총장이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캠퍼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남은 임기 과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송은석기자
김용학 연세대 총장/송은석기자
“국내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모습의 바이오IT단지를 만들겠습니다. 대학과 기업·병원·공단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엄청난 융합 시너지 효과를 낼 것입니다.”
김용학(사진) 연세대 총장은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캠퍼스 총장실에서 ‘송도 사이언스파크 건립’에 대한 강한 의지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2016년 2월부터 연세대를 이끌고 있는 김 총장은 “연세대 국제캠퍼스의 훌륭한 연구력을 기반으로 삼아 바이오클러스터를 구축하고 인천 남동공단과도 연결할 것”이라며 “대학의 우수 인재와 기업·연구소 등이 결합된 새로운 바이오클러스터가 앞으로 5~6년 안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천 송도의 19만8000㎡ 부지에 2단계로 추진되는 송도사이언스파크(YSP)는 국내 4차 산업혁명에 최적화된 ‘산학연 클러스터’로 김 총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이다. 연세대 새로운 도약의 상징이자 국내 바이오와 정보기술(IT) 산업의 한 획을 그을 사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총장은 “송도 국제캠퍼스에 거주 중인 공과대·의대·생명시스템대·약학대 연구진과 바이오클러스터 벤처기업의 협업을 통해 첨단기술을 개발하게 할 것”이라며 “산업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인근의 인천 남동공단 기업과도 적극적으로 협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 사업의 활로를 모색하는 인천시와 제조업 중심의 남동공단도 산업체질 변화를 시도하고 있어 연세대의 ‘러브콜’을 반긴다고 김 총장은 전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송은석기자
연세대는 오는 2024년 완공을 앞둔 세브란스송도병원도 첨단기술 연구에 활용할 예정이다. 김 총장은 “송도캠퍼스 바이오·공학 연구진이 병원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삼아 첨단 치료물질과 의료기기를 개발하면 바이오 벤처기업과 사업화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며 “벤처기업마다 연세대 연구소를 두고 우리의 우수한 연구진을 파견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바이오 기업 에스엘바이오파머(SL biopharma)는 올 초부터 이미 연세대와 협약을 맺고 생명과학 분야 공동연구기관을 송도 국제캠퍼스에 건축하고 있다.
연세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롤모델은 강력한 대학 연구력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바이오단지로 성장한 미국 샌디에이고 바이오 클러스터다. 이곳은 1,100개 바이오 기업과 85개 임상시험대행기업(CRO), 80개 대학 부설 및 독립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를 직접 찾은 김 총장은 “대학 연구소를 방문해 보니 대학별로 공대와 의대에서 각 1명씩 2인 1조를 구성해 클러스터 안에 소규모 연구소를 열고 있었다”며 “최첨단 의료기술을 산업현장에서 바로 적용, 실험해볼 수 있어 장점이 크다고 봤다”고 평가했다.
김 총장은 기업끼리의 화합을 넘어 대학의 연구기능을 투입한 국내 최초 산학협력 바이오 클러스터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 총장은 최근 사이언스파크에 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듣기 위해 연세대를 졸업한 바이오업계 대표뿐 아니라 벤처캐피털(VC) 관계자들과도 적극적인 만남을 갖고 있다. 김 총장은 “국내에 설립된 대덕연구단지, 판교 테크노밸리 등 소수 클러스터는 연구력과 기업체가 유기적으로 통합돼 있지 않고 연구소별·기업별로 분리 밀집된 형태에 가깝다”며 “송도사이언스파크는 대학·산업·병원 간 연계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송은석기자
김 총장은 송도캠퍼스 내부도 장기적으로 ‘스마트시티’로 만들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당장 올해부터 학생들의 강의에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출석체크시스템을 준비 중이고 강의평가 게시물도 빅데이터로 만들어 각각 기여도별로 가상화폐를 주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 있다. 학생들에게 신기술 사용환경을 제공하고 캠퍼스 내에도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캠퍼스의 변화 덕에 학생들도 첨단기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김 총장이 연세대의 자랑거리로 꼽는 연세대 블록체인 동아리 ‘연블’은 설립한 지 한 학기 만에 회원이 두 배 가까이 늘어 30여명이 활동 중이다. 국제캠퍼스에 거주 중인 학생들은 빨래기계의 신호음을 학생 개인 휴대폰과 연결해 빨래 완료 알림을 보내는 기술도 개발했다. 생활 속 문제에 직면하고 부딪히며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은 김 총장이 꿈꾸는 ‘스마트 캠퍼스’의 핵심이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송은석기자
김 총장은 “캠퍼스도 결국 작은 스마트시티”라며 “연세대 학생들이 학교 일상생활에서부터 블록체인 기술을 배우고 익힐 수 있게 캠퍼스를 꾸밀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다은기자 downy@sedaily.com
◇김용학 연세대 총장 약력
△1953년 서울 △경기고, 연세대 사회학 학사 △미국 시카고대 석·박사 △1996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 △2002년 연세대 입학관리처장 △2010년 연세대 사회과학대학장 겸 행정대학원장 △2014년~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 △2015년~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