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반환 거절하는 고객 몰래 렌터카 가져오면 절도죄"

형법상 절도 행위는 소유권 아닌 점유권 침해 행위로 규정, 무단견인은 절도죄에 해당한다 판결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연합뉴스

렌터카업체 직원이 계약 기간이 지나도 차량을 반납하지 않는 고객의 차량을 몰래 가져왔다면 절도 행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4일 절도 혐의로 기소된 렌터카업체 D사 직원 박모(37)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2심의 판결을 뒤집어 사건을 유죄 취지로 광주지법 형사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차량 점유자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회사 소유물인 차량을 몰래 견인하면서 피해자의 점유를 배제하고 회사 점유로 옮긴 행위는 절취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차량의 소유자인 회사의 직원으로 회사의 이익을 위해 차량을 회수하고자 이 같은 행위를 했더라도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사(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물과 같이 이용 또는 처분하려는 의사)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2015년 7월 임차계약이 종료됐는데도 강모씨가 차량을 반납하지 않자 채권추심회사를 통해 해당 차량을 몰래 가져온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결과, 차량 임대업을 하는 강씨는 당시 이 차량을 피해자 A씨에게 재임대를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의 쟁점은 점유자 승낙없이 차량을 소유자의 점유로 옮긴 행위가 절취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점유권은 소유권과 상관없이 물건을 적법하게 점유하기 시작한 자에게 인정되는 권리로, 형법상 절도 행위는 소유권이 아닌 점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앞서 1심에서는 “차량의 점유자인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차량을 가져간 사실이 넉넉히 인정된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피고인이 차량을 견인하도록 채권추심회사에 지시한 것이 부당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고, 불법영득의사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차량점유를 무단으로 옮긴 절도 행위”라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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