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고강도 주택대책이 발표된 지 하루가 지난 14일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강남 아파트 단지의 모습. /송은석 기자
서울 강남구 래미안대치팰리스(84.97㎡)에 사는 A씨는 이사 오기 전에 살았던 용산구 한가람아파트(84.89㎡)에 부모님을 모시고 있다. 집 두 채의 올해 공시가격은 20억원으로 내년에는 24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역시 래미안대치팰리스에 사는 이웃 B씨도 2주택자다. 광주 남구 봉선동에 신축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광주의 대치동’으로 불리는 봉선동 집값이 크게 뛰면서 B씨가 보유한 집 두 채의 공시가격도 A씨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A씨와 B씨는 모두 2주택자에 보유한 부동산의 자산 규모도 같다. 하지만 내년에 내야 할 종합부동산세는 크게 차이가 난다. 올해는 둘 다 똑같이 종부세로 389만원을 내지만 내년이 되면 A씨는 1,587만원을 내야 한다. 재산세, 지방교육세 등을 모두 합한 보유세는 883만원에서 2,450만원으로 2.8배 뛴다. B씨도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내년도 보유세 부담이 크게 늘긴 하지만 A씨만큼은 아니다. B씨가 내년에 내야 할 종부세는 1,163만원, 보유세는 1,941만원이다. A씨와 B씨 사이에 ‘제로’였던 보유세 차이가 500만원까지 늘어난 것이다.
정부가 13일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발표한 추가 종부세 개편안이 현실화 되면 벌어지는 일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과표 3억~6억원 구간을 신설하고 종부세율 인상 폭을 당초 안보다 0.2~0.7%포인트 높였다. 특히 서울 전역과 세종 등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자에 대해서는 3주택자와 마찬가지로 간주해 0.1~1.2%포인트 추가 과세키로 했다. 이들은 전년 대비 세 증가 상한 폭도 기존 150%에서 300%로 올라간다.
서울경제신문이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의 도움을 받아 추산한 결과, 새 종부세 개편안대로면 A씨와 B씨는 둘 다 집값이 시가 35억원(2019년 추정공시가격 약 24억6,000만원)에 육박하는 2주택자지만 내야 할 세금은 1.5배까지 차이가 나게 된다. A씨는 조정대상지역인 서울에만 집 두 채를 갖고 있어 3주택 이상자와 마찬가지로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기 때문이다. 반면 B씨는 서울에 한 채,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광주에 한 채를 보유하고 있어서 1주택자와 같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사실상 특정 지역에 징벌적 과세를 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우 팀장은 “주택 수만을 기준으로 일괄 과세할 경우 이미 집값이 하락하고 있는 지방의 피해가 너무 클 수 있다”며 “지나치게 억지스러운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 보유자산과 상관없이 사는 지역의 집값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세금을 더 많이 내는 데 대해 정부가 강조하는 ‘과세 형평성’ 훼손은 물론 위헌 논란까지 일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금 차이가 크면)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될 수 있다”며 “부동산가격 하락 국면에서는 토지초과이득세의 경우처럼 위헌 시비가 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조정대상지역은 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시행령만으로 지정·해제할 수 있어서 납세자로서는 언제든 세율이 변할 수 있다는 불확실성도 커졌다.
조정대상지역이 아닌 곳으로 집값 과열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정부의 8·27 대책 발표 이후 경기도 용인시·안산시·부천시·의정부 등 서울 인근 비조정지역은 부동산 거래량이 급증한 상태다. 신축 아파트가 많고 거주여건이 좋은 광주 남구나 인천 연수구 송도동 등 일부 지방에서도 집값이 크게 뛰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세금만으로 ‘좋은 부동산’에 대한 수요를 누르기는 어렵다”며 “잦은 대책이 오히려 정부에 대한 불신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